그림에 그림 얹는 '콜라주' 만드는 英 미술가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
'로얄 살루트' 위스키 패키지 협업… 18일까지 서울서 기념전 열어
"육아의 행복이 내 작품의 원동력, 다음 작업엔 창덕궁의 美 담고파"
영국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는 이야기 끝에 장난스레 윙크를 했다. 윌리엄스는 요즘 유럽서 가장 잘나가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의 장기는 콜라주, 밑바탕 그림에 또 다른 그림이나 직물 등을 덧붙여 파격적인 작품을 만든다. 나비·풀벌레, 호랑이·코끼리·표범·원숭이 같은 동물이나 영국 런던의 시계탑·회전관람차 같은 이미지를 덧붙이거나, 오래된 지도나 영국 빅토리아 시대 문양에 정글 이미지를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오래된 듯 새롭고, 낯선 듯 친숙하다. 대담한 색채, 정교하고도 화려한 그의 작업은 예술계는 물론이고 패션·음악계까지 단숨에 사로잡았다. 인스타그램 세대도 열광한다. 사진으로 찍었을 때 강렬한 비주얼을 자랑해서다.
나무 위에 나비가 가득 내려앉은 콜라주 작품 앞에 앉은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 그는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며 잠시 도심 속 일상을 벗어나 동화 속 환상의 세계로 떠난 듯한 기분을 얻길 원한다”고 했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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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명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윌리엄스에게 앨범 재킷을 맡겼고, 폴 스미스·샤넬·펜할리곤스 같은 브랜드가 앞다퉈 그와 협업했다. 최근엔 위스키 브랜드 '로얄 살루트'가 패키지 디자인을 그에게 맡기기도 했다. 서울에선 18일까지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과 청담동 갤러리플래닛에서 그의 작품이 전시된다.
이달 초 청담동서 만난 윌리엄스는 "구름이나 배, 바다와 지도, 동물원에 어릴 때부터 매료돼 왔다"고 했다. "앤티크숍이나 중고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어요. 낡은 지도나 오래된 우표나 도장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그 시대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 두근거림과 설렘이 작품을 만들게 한 것 같네요."
로얄 살루트와의 협업 작품(위). 아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재킷 디자인. 대담한 색채와 과감한 콜라주가 신선하다. /로얄 살루트·kristjanaswillans.com |
윌리엄스는 본래 아이슬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얼어붙은 바다와 검은 모래가 깔린 해변, 두꺼운 이끼숲을 보며 자랐다. 윌리엄스는 "아이슬란드의 풍광은 흑백(黑白)에 가까웠다. 그 거칠고 대담한 자연이 내 미감의 토대를 형성했다"고 했다.
영국으로 이주해선 알록달록한 도시의 풍경에 눈떴다. 영국의 유명 패션스쿨 센트럴 세인트마틴을 졸업했고 학교 친구들과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8년쯤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한 이후엔 그림을 그렸다. 윌리엄스는 "패션계에서 일한 경험 덕분에 지금도 작업은 빨리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첨엔 비교적 간결한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후 상상의 돛단배가 저를 더욱 복잡하고 화려하고 대담한 세상으로 이끌었죠(웃음)." 지금도 그는 인테리어 소품부터 동화책, 건축물에 빔프로젝트를 쏘는 미디어아트까지 다양한 작업을 한다. 윌리엄스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에 도전할 때 늘 힘이 솟는다"고 했다.
서울 전시를 위해 그가 만든 작품 중엔 수십 개의 아름다운 나비가 내려앉은 나무 꼭대기에 태극기가 나풀거리는 것도 있다. 영국·호주의 유명 건축물과 우리나라 남대문이 함께 보이는 콜라주 작품도 눈에 띄었다. 윌리엄스는 "한국에 늘 와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질 않았는데 이번에 오게 돼서 무척 신이 났고, 그런 흥겨운 마음을 작업으로 남겼다"고 했다. 두 아이 엄마이기도 한 윌리엄스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갖가지 감정이 내 작품의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가지 생각이 스치잖아요. 때론 기쁘고 때론 버겁고 때론 벅차죠. 그런 감정을 콜라주 하듯 작품을 만들어요. 모든 작품이 제겐 또 다른 아이처럼 느껴지는 이유죠(웃음)."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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