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3 (수)

[만났습니다]②기관 뻥뻥 차던 옵투스…내년엔 해외 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옵투스자산운용 대표 인터뷰

"원칙 지키려 기관자금 거절…수천억원 기회손실" 후회도

"내년엔 해외로 외연 넓힐 것…자신있어"

이데일리

문병로 서울대 교수 겸 옵투스자산운용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관악구 관악로 서울대학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2009년 옵투스자산운용이 금융업에 뛰어들고 3년쯤 지났을까. 수 조원대 자금을 운용하는 한 기관이 옵투스의 문을 두드렸다. 마침 해당 기관의 대표이사가 옵투스의 계좌를 갖고 있었는데, 굴려보니 수익률이 좋아 기관 자금도 맡기겠다는 것이다. 기관은 300억원 정도를 맡기고 운용보수도 업계 기준의 2배인 40bp(0.4%포인트)를 주겠다며 성과가 좋으면 더 맡기겠다고 약속했다. 대표이사 결재까지 떨어진데다 업계 두 배의 보수를 들고 온 기관 직원은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달콤한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운용보수가 업계 기준으로는 두 배일지언정 옵투스의 기준에선 절반도 안 됐고 성과보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엔 원칙을 지키는 선택이 향후 투자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문 대표는 “우리가 비즈니스를 시작한 뒤 3년쯤 지나서 수익률이 드러나니까 연기금 등 기관들도 관심 갖고 우리를 찾아왔다”며 “기관들이 막 찾아오기 시작했으니 가만히 있어도 수탁고가 저절로 날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렇게 내로라하는 기관들의 제안을 뻥뻥 걷어찬 문 대표. 머지않아 그는 그때 일을 비즈니스 시작한 뒤 가장 후회된 일로 꼽게 된다. 줄어드는 수탁고를 보면서 알고리즘 연구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과 비즈니스는 확연히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옵투스의 수탁고는 기나긴 업력에도 불구하고 크게 증가하지 못했다. 심지어 최근 3년간 수탁고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도 했다. 그동안 벤치마크인 코스피 지수를 15%포인트 이상 이겼음에도 말이다.

문 대표는 “수탁고가 많이 줄어들고 나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 결정으로 인해 몇천억의 기회 손실이 생겼다”며 “이렇게나 뻣뻣한 운용사였음에도 수탁고가 그나마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은 옵투스에 신뢰와 확신을 가진 증권사의 영업매니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작은 실패를 맛본 문 대표. 그러나 앞으로는 옵투스의 외연을 적극적으로 넓혀갈 생각이다. 그 시작은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제까진 국내 주식으로만 운용했지만, 앞으로는 해외 증시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코스피, 코스닥 등 현물 외에 선물·옵션 투자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놨다.

문 대표는 “빠르면 내년부터 선물·옵션 뿐 아니라 해외주식도 다루는 회사가 될 것”이라며 “우선은 일본이나 미국, 독일 등 데이터가 정직한 선진시장부터 진출할 계획이고 그 다음엔 인도네시아 등 우리를 뒤따라오는 나라를 고려할 것이다. 중국은 데이터가 불투명하다고 느껴져 가능하면 투자를 자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도 자신감을 표했다. 옵투스는 2008년 최적화 세계대회(게코 콘테스트)에 나가서 우승했다. 문 대표는 “최적화 문제를 푸는 글로벌 대회에 나갔을 때 미국·캐나다·호주 등 쟁쟁한 상대를 놓고도 이겼는데 같은 데이터를 놓고 경쟁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최적화의 연장으로 주식데이터를 만지고 있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을 다루기 때문에 해외로 진출해도 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1961년생 △1987~1997년 LG전자, LG반도체 연구원 △1997년~현재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2001년 최적화 전문 벤처기업 ‘옵투스’ 설립 △옵투스, 2009년 금융벤처로 전환 △2010년 일임업, 2011년 자문업 추가 △2016년 옵투스자산운용사로 전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