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특수단 믿을 수 있을 때까지”…‘세월호’ 엄마들 빗속 시위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임경빈군·김시연양 어머니 13일부터 청와대 앞 시위 시작

“참사 이후 5년 7개월만에 특수단 설치, 검찰만 믿고 기다릴 수 없어”

“특수단 제대로 수사한다는 믿음 줄 때까지 손팻말 들 것”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13일 오후3시 청와대 분수대 앞. 갑자기 내린 굵은 빗줄기와 찬 바람에도 두 엄마는 손팻말을 들었다. 노란색 패딩을 입은 이들은 ‘춥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양쪽 주머니엔 넣어둔 핫팩을 꺼내며 “끄떡없다”고 웃어 보였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시연(당시 18살)양의 엄마 윤경희(42)씨와 임경빈(당시 18살)군의 어머니 전인숙(47)씨다. 이들은 이날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무기한 시위를 시작했다. 이날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세월호 참사 당일 응급처치로 맥박 등 바이털사인(활력징후)이 돌아왔지만 헬기로 이송되지 못하고 끝내 목숨을 잃은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에 대해 검찰의 세월호 특별수사단(특수단)에 수사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학생 맥박 뛰는데…헬기는 해경청장 태웠다)

전씨는 지난 6일 검찰이 특수단을 꾸린다는 소식에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년7개월 만에 꾸려진 특수단이 반가우면서도 못 미더웠기 때문이다. 전씨는 특수단이 설치된다는 소식이 나온 뒤 손팻말을 들겠다고 결심했다. 제대로 된 구호를 만들어 함께하자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권고도 통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앞섰다. 그는 “특수단을 믿고만 기다릴 수 없는 게, 참사 당일부터 (우리는) 늘 속아왔고, 해주겠다고 한 걸 지킨 적이 하나도 없다. (전면 재수사)해준다고 해서 ‘너무 감사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또 “해경이 찍은 참사 당일 영상을 통해 아이들이, 세월호에 탔던 승객들이 얼마나 억울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봤기 때문에 우리가 그 마음을 (대신) 표현하고, 우리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애타고 억울한 건 윤경희씨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전씨가 시위를 한다는 소식에 기꺼이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참위가 공개한 영상 속 배에 누워있는 임군을 보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윤씨는 “영상을 보면서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 영상 속 아이가 내 아이 같고, 더 화가 났다. 당장 오늘부터 시위를 하겠다는 경빈이 어머님을 보면서 급하지만 함께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도 전씨와 마찬가지로 특수단 출범 소식을 언론 속보를 통해 알게 됐다. 그는 “저희도 속보로 알 만큼 특수단이 급하게 만들어졌는데 얼만큼 준비 단계가 있었는지 그것부터도 의심스럽고, 우리 가족들은 검찰에 대한 믿음이 100% 있는 것이 아니니 수사 요청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청와대 앞에서 손팻말 시위를 할 예정이다. “기한은 없어요. 특수단에 대해 믿음이 들 때까지, 끝까지 할 거예요. ‘아 이제 제대로 하는 구나’ 확인이 들 때까지요.” 전씨가 손팻말을 바라보며 우산을 꽉 쥐었다.

글·사진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동영상 뉴스 ‘영상+’
▶한겨레 정기구독▶[생방송] 한겨레 라이브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