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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꽉 막힌 일처리 그만"…정의선의 `소통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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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 지난달 열린 국제자동차연맹(FIA) 주관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스페인 대회에서 사실상 올해 시즌 종합우승을 확정하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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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이 수도권 내 한 대학 자동차학과 교수에게 직접 연락해 지난 9월 발표한 미국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연락을 받은 교수는 적과의 동침, 이종 간 산업 결합 등은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설립뿐만 아니라 추가 인수·합병(M&A)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 수석부회장이 외부 전문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많이 하는데 그동안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외부 인재 영입에도 관심이 많다"며 "자동차 업계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업계 안팎에서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의 업무 스타일도 변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실패해도 되지만 꽉 막힌 사람처럼 일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본인이 직접 해당 부서에 전화해서 의견을 주고받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또 "최근 그룹의 투자 프로세스가 완전히 바뀌면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으면) 바로 투자를 집행한다"며 "초기 단계인 시드 스테이지에서 실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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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에 예고 없이 등장해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개발 철학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그는 차량공유 업체 우버에 대한 투자나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또 다른 업체인 리프트와의 협력 방안 또한 논의 중이라며 해외 혁신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근 오너가 직접 소통에 나서면서 현대차의 업무 스타일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 부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타운홀 미팅을 여는 등 사내 소통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업계 외부 전문가들과도 직접 소통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현대차는 차량 오픈 데이터 시장의 초기 붐 조성을 위해 네 곳의 모빌리티 서비스 스타트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때 MOU를 체결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과거 현대차는 목적이 명확하고 해답이 있어야만 (외부와) 비즈니스를 했는데 이번에는 우리에게 먼저 연락을 주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며 "최근 현대차의 업무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는데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디벨로퍼스를 통해 어떤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지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9월 열린 현대모비스 이사회에서도 외국인 사외이사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면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 수석부회장은 사내 안팎의 전문가들과 자주 연락하는 만큼 개인 전화번호가 외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정 기간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나서 외부 전문가나 회사 임원들과 공유하면서 내·외부 소통을 적극 이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현대차는 세계 모터스포츠 대회인 2019 월드랠리챔피언십에서 일본 도요타를 제치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한국팀이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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