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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마켓·식당·관공서는 물론 TV·신문에서조차 차별받는 이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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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 대상 일상차별 설문

71% “가장 심한 곳은 직장”

관련 기사·방송 2324건 분석

차별·비하, 존중부족 219회

이주민에게 차별은 일상이다. 이주민 ㄱ씨는 택시에서 기침을 했다가 강제로 하차당했다. 기사는 “나는 면역력이 약한데 기침을 이렇게 매너 없이 해서 병 옮으면 책임질 거냐”며 ㄱ씨를 쫓아냈다. ㄴ씨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이웃으로부터 “너희 나라는 공산당 빨갱이 나라”라는 말을 들었고,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캄보디아인 ㄷ씨는 60대 여성에게 “여기는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이 같이 운동하면 안돼”라는 말을 들었다.

이주민은 마켓·식당·대중교통·병원, 또는 그곳이 어디든 발 딛는 곳에서 무례를 마주하고 상처를 받는다. 이주민이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관공서 공무원들 역시 다르지 않다. 한 지역의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거의 반말을 한다.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위해 방문한 이주민 ㄹ씨가 “선생님 저는 됐어요?”라고 묻자, 직원은 손을 휘저으며 “가!”라고 했다. 원하는 직장을 문의하기 위해 고용센터를 찾은 이주민 ㅁ씨는 직원에게 “없어요. 몰라요. 가요”, 단 세 마디만 들었다. 이주민에게는 관공서를 찾는 일도 심히 긴장되는 일이다.

이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한 ‘2019년 일상차별 설문조사’ 결과, 이주민은 마켓·대중교통(39%), 거리(35%), 이웃과의 관계(27%), 출입국사무소(20%), 행정기관(13%)에서 무례를 경험했다. 정혜실 이주민방송 ‘MWTV’ 대표는 그 결과를 13일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표했다.

차별이 가장 심한 곳은 직장이었다. 응답자의 71.2%가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주민들은 “이주민들보다 내국인이 항상 잘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지 않아도 (이주민에게서) 항상 틀린 것을 찾으려고 한다” “평소에도 ‘너’라고 부르고 일할 때는 큰소리로 말하거나 비난한다”고 했다.

집 안이라고 차별에서 안전한 것은 아니다. TV만 틀어도 미디어가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이주민에 대한 차별적 용어가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5개 신문사와 8개 방송사의 저녁종합뉴스,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2324건의 이주민 관련 기사·방송을 분석한 결과, 이주민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한 기사·방송은 262건으로 총 338회 지적됐다.

가장 많이 지적된 사례는 ‘미등록 체류자’를 ‘불법체류자’로 표현하는 등 ‘차별·비하적 표현의 사용’으로, 142회 지적됐다. ‘인권 존중 태도 부족’도 77회 지적됐는데 한 방송은 전남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 폭행 사건을 다루면서 “베트남은 유교국가”라며 “결혼하는 처자가 지켜야 하는 4가지 덕목을 노래하는 민요도 많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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