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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로켓 연료 실험 중 ‘쾅’… ADD 연구원 1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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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국방과학硏 폭발 사고 / 연구원 3명·외부 직원 1명 부상 / 불은 안 나… “원인 정밀감식 필요” / 2018년에도 탄 시험 중 폭발·화재 / 대전 한화공장 로켓 관련 시설선 / 2018·2019년 초 잇따라 인명 사고 / 시민들 “잊을 만하면 반복돼 불안”

세계일보

과학수사대 현장출동 13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 실험실에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경찰 과학수사대 차량이 긴급하게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전=뉴스1


13일 오후 4시 24분 대전 유성구 수남동 국방과학연구소(ADD) 9동 젤 추진제 연료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선임연구원 A(30)씨가 숨졌다. 함께 있던 다른 연구원 B(32)씨 등 4명은 다쳐 인근 유성 선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부상자 중 1명은 외부 업체 직원으로 파악됐다.

사고는 9동 실험실에서 로켓추진체 프로판 계열 유량실험 도중 액체 연료인 니트로메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고체 상태 연료를 젤 형태로 만든 뒤 정확한 설계 유량이 나오는지 측정하다 폭발했다는 게 ADD 측 설명이다. 연료를 연소시키거나 점화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연료 유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중이었다. 니트로메탄은 위험도 등급이 낮은 편이라고 ADD 측은 전했다. 이번 실험 총괄 책임자인 임성택 ADD 제4기술연구본부장은 “탄화수소 계통 연료를 시험하는 곳에서 사고가 났다”며 “연료를 연소하거나 점화한 건 아니고 단지 유량을 계측하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연료 유량 계측 시설은 연구동 1층에, 계측실은 2층에 각각 자리했다. 사고 당시 A씨는 1층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ADD 측은 보고 있다. 다른 4명은 2층 계측실에 있었다. 임 본부장은 “원래는 계측실에서 원격으로 실험 과정을 살피는데 오늘은 계측 라인을 직접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며 “안전지침상 현장 점검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폭발 원인은 정밀감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사고는 다행히 폭발 규모가 작아 화재로 이어지지 않고 유리창 등 일부 시설물이 파손되는 데 그쳤다. 소방당국은 인력 120명과 장비 30여대를 동원해 현장을 수습했다. 보안상 이유로 연구소가 민가와 떨어진 곳에 있어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하지는 않았다.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가 한때 발령됐으나 큰 화재는 없어 해제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직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다.

1970년 창설돼 1983년 대전으로 이전한 ADD는 군용 병기·장비·물자에 관한 기술적 조사·연구·개발·시험 등을 담당한다. 다루는 무기는 소총부터 전차, 장갑차, 포,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ADD에서는 지난해 4월 24일 탄 관련 시험을 하던 중 불이 나 일부 시설이 파손되기도 했다. 연구소 주변에서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목격한 시민의 문의전화가 당시 119 등에 빗발쳤다. 지난해 6월 1일에는 연구동 실험실에 있던 냉장고에서 불이 나 119소방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ADD 바로 옆에서 로켓을 비롯한 유도무기를 개발하는 한화 대전공장에서도 지난 2월 14일 로켓 추진체에서 연료를 분리하는 작업 도중 폭발사고가 나 근로자 3명이 숨졌다. 한화 대전공장에서는 앞서 지난해 5월 29일에도 로켓추진 용기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5명이 숨졌다.

대전 지역에서 화약과 로켓 등 무기를 다루는 주요 시설에서 잇따라 사고가 나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시설이 있는 유성구는 35만명이 거주하는 인구밀집지역이다. 인근에 수만 명이 입주한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있다. 주민 고모(44)씨는 “또 폭발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잊을 만하면 각종 폭발사고가 계속 발생하니 불안해서 살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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