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잇단 압박에 동의 불가론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는 국회 비준 동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내년도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계약 문제와 연계될 우려가 있어 걱정이다.”(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지자 분담금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키로 하는 등 행동에 나섰고, 한국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와의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국회가 비준 동의 거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미국이 요구하는 5배 인상안에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훈련 비용 등이 포함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SOFA 제5조는 한국은 시설과 부지 등을 제공하고, 주한미군 운영 경비는 전부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후 체결된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따르더라도 주한미군 기지 내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건설 비용 등만 한국이 부담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는 분담금 수준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용병을 사오는 것도 아닌데, 미군의 인건비와 훈련 비용까지 다 부담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병석 의원도 “과도한 요구는 한미 동맹 정신을 해치고 국민과 국회에 많은 의구심을 던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만일 한미 동맹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될 경우 우리는 비준 동의를 반대할 것이다. 국민이 동의 못 하는 것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특별협정은 양국이 협상을 마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친 뒤 비준 동의를 위해 국회에 제출된다. 상임위를 거친 뒤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공식 발효된다.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10차례 협정을 맺는 동안 국회가 비준 동의를 거부한 적은 없다. 외통위 소속 한 의원은 “정부에서 협상을 하더라도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안 해주면 재협상을 해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가 여야 의원들을 잇따라 만난 것도 미국의 증액 요구에 대한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였다. 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은 “미국에서 요구하는 5배 인상안도 협상을 위해 일단 질러본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며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거부해 한미 동맹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결국 정부 협상 결과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국회에서 비준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김지현·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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