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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美가 6개월을 때렸는데도… 화웨이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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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은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 장비·스마트폰 메이커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명단에 올린 지 180일째 되는 날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웨이의 '안보 위험성'을 제기하자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와 미국 기업 간 기술·부품 등의 거래를 전면 중단시킨 것이다. 당시 세계 IT(정보 기술) 업계는 "미국산 소프트웨어·반도체·부품 등을 쓰지 못한다면 화웨이도 결국은 쭉정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3분기까지 65건이 넘는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납품 계약을 맺고 40만개 이상의 5G 기지국을 수출했다. 스마트폰 판매도 작년보다 두 달 이상 앞당겨 2억대를 돌파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4.4% 늘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화웨이는 지난 180일간 안정적으로 버텨내면서 세계 통신 시장에서 여전히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을 일축했다"고 보도했다.

13억 내수 시장과 기술력으로 버텨



세계 최강 미국이 때려도 화웨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13억 내수(內需) 시장이라는 거대한 버팀목 덕분이다. 미국이 제재를 발동한 이후 중국에서는 화웨이 스마트폰을 사자는 '애국 소비' 열풍이 불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제재 발동 전인 1분기 화웨이 스마트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33.7%였지만, 3분기에는 43.5%로 급등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덩달아 18.2%까지 오르며 애플을 제치고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혔다.

화웨이가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에만 편승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제재 전에도 사내 경쟁과 노동 강도가 높기로 악명 높았던 화웨이는 '전시(戰時) 경영 체제'로 돌입했다. 지난 5월 미국의 제재 직후 통신 장비 사업 부문에 특별 대응팀을 꾸렸다. 법무·재무부터 마케팅, 세일즈, 공급망 관리, 기술 부문의 최정예 인력을 망라했다. 전 세계 170여국에 있는 고객사의 요청에 24시간, 휴일 없이 즉각 대응해 미국 제재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고객사의 신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은둔의 경영자'로 유명했던 런정페이 회장이다. 그는 매월 공개 석상에 나서 미국이 제기하는 보안 의혹을 맞받아치고 있다.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그는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3개월에 한 번씩 화웨이 임원·팀장급을 교체하는 내용의 조직 운영 방안도 공개했다. 런 회장은 "화웨이는 현재 추락 위기의 전투기"라며 "모든 조직원이 특공대가 돼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직원들을 채찍질하고 있다.

든든한 내수 안전판과 비상한 위기의식 위에서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부품·운영체제(OS) 독립 계기로 삼고 있다. 지난 8월 서버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어센드 910을, 9월에는 세계 최초의 5G 통합 모바일 반도체 기린990 5G를 차례로 선보였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인텔·퀄컴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독일 뮌헨에선 새 전략 스마트폰 메이트30 시리즈를 공개했다. 지난여름에는 독자 운영체제 훙멍을 공개했다. 미국 구글의 모바일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리처드 우 화웨이 스마트폰 담당 사장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당장 대체할 순 없겠지만 몇 년 뒤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부터는 매출의 주력인 5G용 통신 장비도 미국산 부품 대신 유럽·일본·중국산 부품 등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 유럽 통신 장비 시장에서도 순항 중이다. 독일 정부가 5G 장비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고, 네덜란드도 화웨이 제재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5G 장비 공급계약을 맺은 65개 통신업체 중 32개가 유럽 통신업체였다.

미국 기업들 "화웨이 제재 완화해달라"

마음이 급해진 쪽은 미국 기업들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화웨이 제재가 지속될수록 미국 기업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론·브로드컴 등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올 6∼8월 매출이 48억7000만달러, 영업이익은 6억9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각각 42%, 84% 급락했다. 반도체 불황에다 화웨이 공급 중단이라는 악재가 겹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최근 "이미 206건의 거래 재개 요청을 기업에서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웨이의 선전이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우선 지난 반년간의 실적은 대부분 중국 내수 시장에 의존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매출 중 중국 비율은 역대 최고이고 통신 장비도 중국의 5G망 구축 시작 시점과 맞물려 실적이 올라갔다. 중국의 애국 소비 열풍이 사그라들고 5G망 구축이 어느 정도 완료되면 화웨이는 실적 급감이라는 '진실의 순간'을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해결되지 않고 미국이 화웨이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릴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유럽·중남미에서마저 탈(脫)화웨이 바람이 거세질 가능성도 높다. 구글 앱 없는 화웨이 스마트폰도 결국 세계시장에서 외면당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IT 업계의 전망이다. 미국을 상대로 한 화웨이의 '대장정'은 승산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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