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정책상 애플 iOS폰은 2500원
카카오, 가격 차이 없앤다며 올려
소비자 “옆집따라 비싸게 팔다니”
애플 이용자도 “늘 돈 더 내” 불만
안드로이드·PC 카톡 이모티콘 300원↑…"애플 정책 탓"
다음달 5일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격이 2200원에서 2500원으로 인상된다. 3300원짜리 대형·소리 이모티콘은 450원 오른 3750원이 된다. PC 버전 카카오 이모티콘샵에서도 마찬가지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격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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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최근 이모티콘샵 공지를 통해 "이용자 간 가격 차별을 해소하고, 창작자의 수익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격이 소폭 인상된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해외결제 정책인 '가격 티어제' 때문에 iOS 이용자들은 지난해 9월부터 이모티콘 한 개에 2500원(대형·소리 이모티콘은 3900원)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 '가격 차별'로 보고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의 이모티콘 가격도 올리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가격 티어제는 0.99달러 단위로만 앱 내 결제를 허용하는 정책이다. 이에 따라 1200원-2500원-3900원-…-1만2000원으로 구성된 '10티어(단계)' 중에서만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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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창작자 수익 증대 고려"
현재 2200원인 안드로이드(갤럭시) 이모티콘(왼쪽)과 2500원인 iOS(아이폰) 이모티콘(오른쪽) [사진 카카오 이모티콘샵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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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이모티콘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6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때도 카카오는 '가격 차별 해소'를 이유로 들었다. 당시 정부가 해외 앱 마켓 사업자에게 부과한 부가가치세 10%를 개발자가 부담하게 한 구글과 달리, 애플은 이를 소비자 가격에 얹으면서 이용자 '전체'의 이모티콘 가격이 2000원에서 2200원으로 올랐다.
iOS 이모티콘 가격이 2500원이 된 지 1년 후에야 안드로이드 가격을 올린 데 대해서는 "애플 정책이 변했다고 가격 정책을 갑자기 바꾸면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셈이라 내부에서 많은 고심을 거쳤다"며 "물가와 인건비 상승, 창작자 수익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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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이용자 반발…이모티콘 '사재기'도
이에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은 "애플 정책에 왜 우리까지 비싼 값을 내야 하냐"며 반발 중이다. 평소 이모티콘을 애용한다는 직장인 최상수(27) 씨는 "옆집이 비싸니까 우리도 비싸게 팔겠다는 것"이라며 "이모티콘 외 다른 사업도 많이 하는 카카오가 욕심을 부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이폰 사용자인 대학생 이나영(23) 씨도 "아이폰 결제보다 저렴한 PC샵에서 이모티콘을 구매해왔는데, PC샵 가격도 오른다기에 미리 이모티콘을 구매 중"이라며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상징이었던 이모티콘이 점점 '중확행'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PC버전의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격이 내달 5일부터 인상된다. [사진 카카오 이모티콘샵 공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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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는 9월 기준 2100만명이다. 올해 3분기 '플랫폼 부문 톡비즈(이모티콘·카톡 내 배너광고·선물하기 등)' 매출은 1조6242억원가량이다.
카카오는 "가격이 인상돼도 카카오가 가져가는 마켓 수수료 비율과 수익 분배 구조는 똑같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정확한 수익 구조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이모티콘 매출의 30%를 앱 마켓이, 남은 70%를 카카오와 작가·에이전시가 나누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자의 반발이 커지자 카카오는 "(마켓 수수료가 없는) PC샵에서 연중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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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이용자 "늘 비싼 값 내야…애플 정책 소비자 기만"
같은 네이버웹툰 쿠키샵이지만 서로 가격이 다른 안드로이드(왼쪽)와 iOS(오른쪽). 애플은 자사 '티어' 단위로만 가격을 책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웹툰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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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이폰-안드로이드 이용자 간 가격 차이는 애플 이용자들의 꾸준한 불만 요소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의 결제 단위인 '쿠키'나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코인' 등을 구매할 때 iOS 이용자들은 늘 더 비싼 값을 낸다.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안드로이드에선 4500원인 인기 게임 '모뉴먼트 밸리'는 아이폰에서 4900원에 팔린다.
이는 세계 iOS 점유율이 약 20~30%에 불과한데도 올 상반기 애플 앱스토어 결제액이 구글플레이(17조원)의 2배에 가까운 30조원까지 치솟는 이유 중 하나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자주 이용하는 강혜리(25)씨는 "귀찮아도 꼭 PC를 켜서 코인을 결제한다"며 "소비자를 홀대하는 애플 정책이 어서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애플 해외 앱결제 ‘가격 티어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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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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