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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야구 국대선수단 '슈트' 디자인의 비밀…'프리미어12' 승리 염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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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 이창희 CD 인터뷰 ①

"'한국적인 色' 담은 빅토리 수트 제작에만 3개월"

뉴스1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슈트를 디자인한 이창희 지이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7일 서울 마포구 신원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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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은 나라의 '품격'을 대변한다. 우리나라 야구 국대선수단도 '한국적인 멋'이 담긴 슈트를 입고 품격을 뽐냈다. 도쿄올림픽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단에게 지이크가 선물한 '빅토리 수트'가 그 주인공이다.

그럼 국가대표 슈트는 누가 어떻게 만들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신원빌딩에서 이창희 CD(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캐주얼한 옷차림에 지이크의 정장 재킷을 매치한 그에게서 남다른 디자이너의 면모가 뿜어져 나왔다.

"내년이면 디자이너 생활 20년을 맞이하는데 국가대표 선수단의 단복 제작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국가를 대신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데 이런 기회를 얻다니 영광스러운 일이죠."

◇패턴 작업·안감 디자인까지…슈트 제작에 '3개월'

지이크가 선수단의 슈트를 제작을 맡기까지는 이 CD의 노력이 컸다. 그는 KBO(한국야구위원회)와 수차례 미팅 끝에 야구 국가대표 선수단의 슈트를 디자인할 기회를 얻어냈다. KBO도 "이정도 열정이면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이크와 솔리드옴므·LF 등을 거치며 패션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 CD에게도 맞춤복 제작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체격이 제각기인 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잘 맞는 옷을 선물하기 위해 신경써야할 부분이 적지 않았다.

"선수들이 일반인 보다 허벅지 둘레뿐 아니라 팔 사이즈도 두 배 정도 두껍습니다. 가슴둘레도 일반 남성이 100㎝정도라면 선수들은 120㎝ 정도죠. 선수들의 슈트를 제작하려면 기존보다 훨씬 큰 패턴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해 품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슈트 제작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맞는 제품을 선물하려면 패턴 작업·안감 디자인까지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기성복을 만들던 그는 각 선수들에게 알맞은 슈트를 완성하는데 꼬박 3개월을 쏟아 부었다.

슈트 제작 기간이 프로야구 시즌이랑 겹치다보니 더욱 조심스러웠다. 20분이면 선수 개개인의 사이즈를 재는데 충분한 시간이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선수들을 불러낼 수 없었다. 그는 구단을 직접 찾아 선수들의 사이즈를 재야만 했다.

결국 그는 복잡한 과정 끝에 슈트를 완성했다. 어렵게 제작한 제품이 많고 보람도 남달랐다. 특히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풀이죽어있을 법도 한데 슈트를 받아 기뻐했던 김광현 선수(SK 오이번스)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수단에 슈트를 전달했을 때 김광현 선수가 제일 먼저 셔츠를 입어보면서 '체격이 있다보니 옷이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 편하다'며 좋아하시더라고요. 성격이 조용한 편으로 알고있는데 그런 반응을 보이니 흐뭇했습니다."

뉴스1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 슈트를 디자인한 이창희 지이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가 7일 서울 마포구 신원빌딩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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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 슈트, 한국적인 色 담으려고 노력"

무엇보다 이 CD는 국가대표 선수단을 위한 슈트인 만큼 한국적인 색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사선 스트라이프 무늬 넥타이에는 태극기를 상징하는 빨간색·파란색을 가미해 우리나라만의 멋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미국·일본·중국 등의 나라에서 자국 위주의 정치를 펼치고 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저도 단복에 우리나라만의 정체성과 애국적인 요소를 가미하려고 했어요. 무엇보다 야구는 전 세계에도 우리나라가 아주 잘하는 종목이거든요."

슈트 안감에는 '승리, 그 이상의 감동을 기원합니다' '지이크 입GO 승리하GO 대한민국 파이팅' 등의 특별한 문구도 새겨넣었다. 전부 국민 투표로 탄생한 응원의 메시지이다. 이를 안감에 새겨 이 CD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슈트를 완성했다.

"국가 대표 선수단의 슈트에 새길 응원의 메시지를 국민 투표로 받아 안감에 녹여냈다는 것이 특별한 점인 것 같아요. 500여건의 메시지 가운데 100건으로 추리는 작업을 거쳤어요. 그 중에서 대표로 선택된 메시지가 슈트 안감에 새겨진 이 문구들이에요."

그가 제작한 것은 슈트만이 아니었다. 신발도 제작했다. 심지어 이 CD가 선택한 신발은 뻔한 '구두'가 아닌 '스니커즈'였다. 활동이 많은 운동선수인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가 단복 제작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차로 이동하거나 움직일 때 평상시 신을 수 있는 것을 고려하다보니 스니커즈를 제작하기로 했어요. 아무래도 구두는 선수들이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잖아요. 무엇보다 신발 신을 때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운동화 끈 대신 밴드를 적용했어요."

오랜 시간에 거쳐 그는 28명의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딱 맞는 슈트를 완성했다. 선수단과 더불어 감독·코치·스탭들에게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슈트를 선물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복은 향후 선수단의 공식적인 행사에 두루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 시즌 경기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승리의 염원을 담아 슈트를 제작했습니다. (단복을 제작한) 디자이너로서 그리고 야구 팬으로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부상없이 경기에 좋은 컨디션으로 꼭 우승했으면 좋겠습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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