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날인 지난 7일, 시장의 이목은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쏠렸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이 매각 가격을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는 만큼 자금력에서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이 컨소시엄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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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 직후부터 쟁쟁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SK와 GS, CJ, 한화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인수전의 향방을 어느 정도 짐작케했다. 미래에셋대우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온 현대산업개발과 한국투자증권을 인수금융단으로 선정한 애경그룹의 사실상 2파전이나 다름 없었다.
승부를 가른 것은 결국 입찰가격.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2조5000억원 가량을 적어내면서 우선인수협상자로 결정됐다. 1조5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애경그룹 컨소시엄보다 무려 1조원 많은 금액이다.
시장 예상가인 1조5000억~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액수이기도 하다. 경쟁자를 압도하는 자금이 투입된 것은 국내 인수합병(M&A) 업계 '큰 손'으로 떠오른 미래에셋대우의 역할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 오너인 박현주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새삼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9월 아시아나항공 예비입찰 마감일 직전에 인수전 참여 소식이 알려지면서 '복병'으로 떠올랐다.
미래에셋대우는 파트너로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GS그룹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적으로 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꾸렸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과감한 베팅으로 강력한 경쟁자였던 애경그룹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4년 전 산업은행의 대우증권 매각 때와 오버랩된다. 당시에도 박 회장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조4000억원대 '통 큰' 베팅을 했다. 이를 통해 강력한 라이벌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대우증권이라는 대어를 낚아챘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를 품에 안고 통합법인 미래에셋대우를 증권업계 1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했다.
이후에도 공격적인 행보가 줄줄이 이어진다. 2016년 영국계 생명보험사인 PCA 생명을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와 총 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단행, 디지털 금융사업을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올 9월에는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 15개를 무려 59억달러(약 7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박 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과감한 결단으로 승기를 잡을 줄 아는 타고난 승부사다. 실제로 30년 전 증권 업계에 발을 내딘 이후 지금의 입지전적인 인물이 되기까지 삶 궤적을 따라가보면 고비마다 던진 과감한 승부수가 맞아 떨어졌다.
박 회장은 1958년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 1986년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에 입사하면서 증권업계에 뛰어 들었다. 입사 직후 3억원의 법인 주문을 따내는 성과를 인정 받아 45일만에 대리로, 또 1년 1개월만에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한다.
박 회장만큼 증권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 드물다. 1988년에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긴 이후 3년만에 '국내 최연소 지점장' 타이틀을 달았다. 당시 그의 나이 불과 32세다. 37세에는 강남본부장을 맡으며 이사로 승진했다. 동원증권 입사 8년만의 임원에 승진한 것이다.
그는 승승장구하던 1997년 돌연 회사를 박차고 나와 미래에셋창업투자(현 미래에셋캐피탈)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다. 동원증권에서 함께 근무했던 구재상 압구정 지점장(현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과 최현만 서초지점장(현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등과 함께 회사를 창업한 것이다.
당시는 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금융 업계 전반이 가라앉던 시기였다. 'IMF 한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던 어려운 시기에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세운 뒤 이듬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내 최초의 뮤추얼펀드 '박현주 1호'를 선보여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박 회장은 성공을 발판으로 1999년 옛 미래에셋증권을 설립하고 증권업에 진출했으면 2005년에는 SK생명(현 미래에셋생명)을 인수하며 지금의 미래에셋그룹 진용을 갖췄다. 주력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올 3분기말 연결 기준으로 자기자본 9조원을 돌파, 압도적인 자본 사이즈를 또 한번 과시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현재 주력하는 것은 해외 사업이다. 작년 5월말 국내 회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경영전략고문(GISO)를 맡아 해외 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추진하는 해외 호텔 인수, 리조트 개발 등 대규모 투자들은 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어느 정도 경영에 개입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20% 이상 보유할 수 없을 뿐더러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순수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는 것이며 항공에 관련한 금융 등 재무적 이슈에는 적극 협력하겠지만 아직 아시아나항공을 통한 직접적인 수익 창출을 하거나 현대산업개발과 연대해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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