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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대학생 '생활고' 분신 파장에 프랑스 정부 초긴장…대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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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22세 대학생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학교 앞에서 분신한 사건의 파문이 심상치 않자 프랑스 정부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학생들은 저소득층 장학금 확대 등 불평등 개선 조치를 요구하면서 동맹휴업과 노동단체와의 연대 등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기세입니다.

현지시간 13일 파리, 리옹, 보르도, 릴 등 대도시의 국립대에서는 8일 리옹 2대학 캠퍼스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22세 대학생 '아나스 K'에 연대를 표하는 시위가 잇따라 열렸습니다.

아나스가 재학 중인 리옹 2대 학생들은 그의 선택이 "대단히 정치적이고 절망적인 행동"이었다며 전국 대학에 시위 동참을 촉구했습니다.

북부 산업도시 릴에서는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출간 행사를 하려다가 학생들의 행사 장소를 점거하고 저서를 찢어 내던지며 "올랑드, 살인자" 등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를 벌여 행사가 취소됐습니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집단으로 분노를 표출한 것은 리옹 2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아나스가 생활고를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에서 촉발된 겁니다.

아나스는 지난 8일 학생 식당 앞에서 분신하기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달에 450유로, 약 57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지만, 생활고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수아 올랑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유럽연합(EU)이 정책 불평등을 확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학년에서 두 차례 낙제한 뒤 장학금 수혜자격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아나스는 전신 90%에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아나스의 분신을 계기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분노가 폭발적으로 분출·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16일 '노란 조끼' 연속시위 1주년 기념 전국 집회와 다음 달 5일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에 학생들의 민심이 결합하지 않을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3일 주례 국무회의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면서 "해당 학생이 최고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고 시베스 은디예 정부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은디예 대변인은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장학금이 내년에 1.1% 확대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의 가브리엘 아탈 청년정책 담당 국무장관이 대학생 단체 대표들을 면담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단체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대학교육은 그랑제콜, 즉 소수정예 특수대학과 국립대가 철저히 분리돼 있는데, 국립대는 사실상 무상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저소득층의 비율이 그랑제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국립대 재학생의 상당수가 생활고 때문에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바람에 일반적인 졸업 연한인 3년 안에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낙제와 재수강을 반복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습니다.

마크롱 정부가 재정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학생들에 대한 거주보조금을 감액한 것 역시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한 원인이 됐습니다.
박하정 기자(park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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