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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해외 지진전문가 "포항 지진, 유체주입 멈췄으면…발생 확률 1%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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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로 독일 교수, 15일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주장

일본 교수 "자료를 즉시 공개해 국제 공동연구해야" 강조

뉴스1

이강덕 포항시장(왼쪽 첫 번째)이 15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발생 2년을 맞은 포항지진이 단순 지역 이슈로 축소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9.1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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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해외 지진 전문가가 지난 2017년 11월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7 지진을 두고 인근 지열발전소 물주입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지진의 발생확률을 1~3%대로 낮출 수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에서 세르게 사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11·15 지진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이 15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 대연회장에서 개최한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무시된 경고음과 교훈'에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피로 교수는 "확률론적 분석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전인 1년 전 2016년 12월23일 규모 2.3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열발전 실증연구용 유체주입을 멈췄다면 포항지진 발생확률을 1%로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17년 4월15일 규모 3.3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유체주입을 중단했다면 발생 확률을 3%로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피로 교수는 지진지수를 고려한 포항지진의 '지진 인덱스(Seismogenic Index) 확률 모델링'을 진행했다. 지진지수가 높을수록 유발지진이 발생할 빈도와 확률이 높아진다. 사피로 교수 연구팀은 자연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쿠텐베르크-리히터의 법칙'을 유체 주입이나 인간 활동의 영향을 발생할 수 있는 유발지진에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연구한 결과다.

사피로 교수는 "지열발전 실증연구 과정에서 실시간의 지진모니터링과 3차원 지진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큰 지진발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포항지역의 지진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자료를 이용한 추가분석과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 지진학자가 다소 배제됐기 때문에 촉발지진을 일으켰고, 당시 연구결과를 공개해 국제 공동연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마모토 일본 교토대 교수는 포항지진과 미국·일본의 지열발전소 사례를 비교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심부지열발전 개발에는 지진자료·지질자료 분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사업에는 지진학자와 지질학자의 기여가 거의 없이 공학적인 측면만 강조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항지진은 유체주입으로 인한 지진발생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국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진"이라면서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 국제공동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데라카와 도시코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지열발전소 주입정 부근 유체압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데라카와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을 이용해 3차원 응력변화와 유체압 변화를 분석한 결과 주입정과 본진 위치를 중심으로 수 km까지 유체압이 정수압을 초과해 증가했다"면서 "특히 단층 하반에서 유체압이 집중적으로 증가해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연구진들도 지난 2년간 포항지진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이어 발표했다.

강태섭 부경대 교수와 이준기 서울대 교수는 지열발전소 인근 23개 지진계를 이용해 포항 여진의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강태섭 교수는 "여진 발생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고 있어 지진발생 위험성도 낮아지고 있다"면서도 "지반 안정화를 위해 앞으로 중장기적인 지진과 지하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인욱 전남대 교수는 유체 주입을 통한 공극압를 살펴본 결과 촉발지진이 일어나기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여인욱 교수는 “주입된 유체량과 기반암의 투수율·공극율을 이용해 분석한 공극압 증가는 70~300kPa(키로파스칼)로 계산됐고, 이 공급 증가는 유발지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포항지진이 촉발지진일 가능성을 국내서 최초로 제시한 이진한 고려대 교수는 포항지진 이후 부근 지반에서 지질학적 변화 가능성을 다시 제기했다. 이진한 교수는 "포항지진과 여진의 3차원 시공간적 분석 결과 포항지진의 단층은 1개의 주분절과 4개의 부수분절로 구성된 매우 복잡한 구조"라면서 "이 분절들은 본진 발생 이후 11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강근 지열발전 공동연구단장(서울대 교수 겸 대한지질학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그동안에 축적된 연구결과를 알리고 토론해 그 원인을 재조명하는 데 있다"면서 "포항지열발전 개발에 잘못된 점을 규명해 다시는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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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덕 포항시장이 15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발생 2년을 맞은 포항지진이 단순 지역 이슈로 축소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고려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9.11.1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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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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