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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시진핑의 최후통첩…"홍콩폭력 진압이 가장 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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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브라질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홍콩의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긴급한 임무"라며 시위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 수준으로 높였다. 외국 공식 석상에서 시 주석이 자국 내 현안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인민해방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시 주석이 홍콩 문제를 공개적으로 꺼낸 것은 시위 사태가 최근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 대해 불만을 표하면서 홍콩 정부에 강경한 대처를 주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중국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 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 행사에 참석해 "홍콩에서 과격 폭력 범죄 행위가 계속 벌어져 법치와 사회 질서를 짓밟고 있다"면서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일국양제 원칙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 언급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굳게 믿는다"며 홍콩 질서 회복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는데도 사태가 훨씬 악화되자 홍콩에 더 강경한 진압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매체는 시 주석이 앞서 홍콩 시위 진압을 '중요한 임무'로 표현했지만 이번에는 '최고 긴급한 임무'로 단어 수위를 높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 주석은 홍콩 질서 회복의 주체로 홍콩정부와 경찰, 사법 기관을 직접 거론했다. 중국 군대가 시위 진압에 투입될 것이란 일각의 관측에 선을 그으면서도 직접 중국이 나서지 않도록 사태를 해결하라는 압박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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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홍콩 시위대가 홍콩이공대 내부에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 내부에서 활을 조준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전날 시위에서 시위대는 홍콩 경찰에 화살을 발사하면서 경찰과 대치했다. [AFP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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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발언은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위대는 중국 국기를 불태웠으며 최루탄을 던진 홍콩 경찰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면서 대치했다. 지난 13일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중태에 빠진 70세 노인은 이날 숨졌다.

서양 외신은 특히 중국 관영 매체가 시위대를 '민중의 적' '바퀴벌레' '대혼돈'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CNBC는 "이 같은 단어들은 1989년 중국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를 폄하하기 위해 언론이 사용했다"고 전했다. 시위가 대규모 유혈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상원은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 법안은 미국 행정부가 매년 홍콩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경제적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앞서 미국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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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홍콩중문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오른쪽)이 시위대가 점거한 학교를 떠나 대피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자 홍콩 교육당국은 17일까지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전면 휴교령을 내렸다. [AFP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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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14일 성명에서 "세계는 점점 더 공격적인 중국과 홍콩 당국에 맞서 자유를 지키려는 홍콩인들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자유 세계가 홍콩인들 투쟁에 함께 서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SCMP는 보도했다. 또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는 14일 "중국 정부가 홍콩에 인민해방군이나 무장경찰을 투입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SCMP가 전했다.

이날 테레사 청 홍콩 법무장관이 영국 런던에서 시위대 공격을 받은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SCMP는 이날 강연차 런던을 방문한 청 법무장관이 시위대 30여 명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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