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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모병제’ 美육군 상황은?… 지원자 감소에 ‘고심 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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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원주민' Z세대, 美육군의 핵심 모병 대상으로 부상 / "21세기에 웬 보병 돌격전?" 육군에 무관심한 美젊은이들 / "美육군에 150가지 넘는 특기 있다"…다양한 재능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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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해외에 배치됐다가 귀국한 미 육군 장병들이 환영 행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텔레비전과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이 더 익숙한 ‘Z세대’ 젊은이들의 마음을 잡아라!”

징병제의 한국과 달리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육군에 비상이 걸렸다. 1995년부터 2002년 사이에 태어난 17∼24세 청년들, 일명 ‘Z세대’ 젊은이가 모병의 핵심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보다 군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다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이 활약하는 현대전에서 웬 지상군?’ 하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미 육군이 모병에 애를 먹고 있다.

◆'디지털 원주민' Z세대, 美육군의 핵심 모병 대상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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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군이 최근 공개한 모병 포스터. ‘당신은 어떤 전사입니까’라는 문구는 육군 구성원이 하는 역할이 매우 다양함을 강조한다. 미 육군 제공


17일 외신에 따르면 미 육군의 홍보 및 모병 담당부서는 최근 새로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당신은 어떤 전사입니까(What‘s Your Warrior)?’라는 구호를 정하고 대대적인 캠페인에 나섰다.

직전까지 미 육군의 모병 캠페인 구호는 ‘전사가 필요하다(Warriors Wanted)’였다. 그와 비교해 ‘당신은 어떤 전사입니까’는 육군이 보유한 방대한 자원과 능력, 기회를 강조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직접 호소하려는 의도가 짙게 담겼다고 미 육군은 설명한다.

미 육군이 이렇게 다급해진 것은 모병 대상인 17∼24세 청년층의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출생한 젊은 세대를 일컫는 ‘Z세대’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Z세대’는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상태에서 성장한 것이 이전의 여러 세대들과 비교해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문화가 혼재된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 일명 ‘Y세대’보다도 디지털 환경에 훨씬 더 친숙하다.

이들을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21세기에 웬 보병 돌격전?" 육군에 무관심한 美젊은이들

일반적으로 ‘Z세대’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에 아주 능숙하다. 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이 훨씬 더 익숙하다. 글로 된 텍스트보다는 사진 같은 이미지나 동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 아울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동료나 친구들끼리 관심사를 공유하는 일을 활발히 한다.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SNS나 유튜브에 올리는 일이 보편화하면서 ‘Z세대’는 요즘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핵심 계층으로 부상했다.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미 육군이 택한 전략은 ‘다양성’이다. 흔히 육군 하면 소총, 대포, 탱크 같은 무기류나 총을 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보병 지상전만 떠올리기 쉬운데 지금의 육군은 그보다 훨씬 역할이 많아져 총이나 대포를 쏘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스텔스 전투기와 항공모함이 활약하는 현대전에서 지상군의 존재 의의가 대체 뭐냐’ 하는 선입관과 냉소적 의식부터 먼저 깨뜨려야 한다는 취지다.

◆"美육군에 150가지 넘는 특기 있다"… 다양한 재능에 초점

미 육군의 홍보·마케팅 부서 지휘관인 알렉스 핑크 준장은 “젊은이들은 육군이 지상에서 하는 전투에 관해선 대체로 안다”며 “이제 우리는 육군이 보유한 전문성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젊은이들이 깜짝 놀라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핑크 장군은 이어 “미 육군에는 150가지 이상의 임무(특기)가 있다”며 “이 엄청난 기회의 범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Z세대’ 젊은이들로 하여금 ‘나의 재능이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미 육군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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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서 사이버 작전 요원의 역할은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 육군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Z세대’ 젊은이들이 군의 사이버 작전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미 국방부 제공


이를 위해 미 육군은 특히 현대전의 핵심으로 부상한 사이버(cyber)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마침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니 그들이 지닌 사이버 능력을 육군에서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 육군은 올해부터 사이버를 보병, 포병, 기갑, 공병, 방공 등과 나란히 ‘전투병과’로 분류하고 있다.

모병 홍보에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 육군은 모병 책임자들한테 “젊은이들이 육군에 지원하게 만들기 위해서 뭔가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 영향력도 큰 디지털 및 소셜 미디어를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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