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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불출마 김세연이 쏘아올린 "당 해체"…보수진영에 충격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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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與野 잇단 불출마선언 ◆

매일경제

3선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17일 오전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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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소장파 3선인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이 전격 불출마 선언과 함께 한국당의 해체를 촉구한 것은 정치권에서 현재 보수 진영이 직면한 위기 국면을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 제1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 문제 인식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특히 20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새누리당 탈당, 한국당 복당까지 직접 겪은 입장에서 총선이 다가오자 다시 계파 간 이권 싸움이 심해지는 상황에 대한 염증 또한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생각이 결국 17일 한국당, 나아가 보수정당의 '파괴 후 창조' '창조적 파괴'라는 화두 발표로 이어지게 된 셈이다.

김 의원은 만 36세였던 2008년 18대 총선 때 부산 금정에서 무소속으로 처음 당선된 뒤, 19·20대에 연이어 당선된 당내 소장 개혁파 3선 의원이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도 맡고 있다. 부친인 고(故) 김진재 전 의원은 부산에서 5선 의원과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에서 '만성화'를 넘어 이미 '화석화'가 돼버린 정파 간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 있으면서 '실망-좌절-혐오-경멸'로 이어지는 정치혐오증에 시달려왔음을 고백한다"고 밝혔다. 이어 "권력에 집착하려는 인간의 본능과 그 탐욕의 민낯이 보기 싫어 눈을 돌리려 해도 인물들만 바뀐 채 똑같은 구조의 단막극들이 무한 반복된다"며 보수 정치의 현실에 대해 힐난했다. 그러면서 "권력 의지 없이 봉사정신만으로는 이곳에서 버티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된 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의원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고, 탄핵 국면에서 유 의원과 함께 탈당했다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 복당했다. 그는 "18·19대 국회 때는 나름 괜찮은 중도보수정당이라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어느샌가 경제민주화의 약속은 지워졌고, 급기야 바른말을 하는 동지들에 대한 숙청이 시작됐다"며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가 동료들에게 난도질을 당했지만, 저는 소극적 반론을 펼치는 데 그쳤다. 비겁했고, 후회한다"고 털어놨다.

특히 김 의원은 실패로 점철된 보수정당의 현주소를 절절히 지적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당 주최 집회는 조직 총동원령을 내려도 5만명 남짓하지만 시민단체 집회에는 그 10배, 20배의 시민이 참여한다"며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을 넘어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 마무리 후에는 오히려 격차가 더 빠르게 벌어져 지금은 다시 2배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를 '버림받은 것'이라고 지칭하면서 "종국에는 모두 역사의 죄인인데, '용퇴하라' '험지로 가라'는 모습을 지금도 국민은 두 눈을 부릅뜨며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뜻밖에 진공상태를 본인의 탐욕으로 채우려는 자들의 자리는 없다"며 "완전히 새로운 기반에서, 새로운 사람들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이날 김 의원의 당 해체 촉구에 대해 과거의 충격적 요법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전 전신인 한나라당은 2004년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열풍과 2002년 대선 불법 정치자금, 이른바 '차떼기' 사건으로 최대 위기를 맞았다가 천막당사라는 각고의 선택을 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 50석도 못 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얻었다. 현재 한국당 상황도 천막당사 직전과 유사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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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이 일단 불출마 선언을 통해 화두를 던졌지만 당 해체와 모든 의원 불출마 같은 충격요법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의원도 기자회견 직후 백브리핑에서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제안이기에 숙고한 뒤 밝힌 것이라 현실화 문제는 지도부와 동료 의원 여러분에게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체 후 새로운 당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제안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측에서 내건 원칙(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과 같은 맥락이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오늘 발표는 향후 일어날 수도 있는 보수 통합에 대한 그림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은 아니다"며 "현재 한국당 구성원들이 해야 하는 일이 우리가 무대에서 사라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했기 때문에 오늘 발표한 것이고, 이후의 일은 노력하시는 분들이 좋은 방안을 찾아주리라 믿는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불출마 선언에 대해 다른 의원들과 교감을 했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오늘의 얘기는 다른 분들과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지도부에도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고재만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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