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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갈길 바쁜 송파 재건축, 석면민원에 옆동네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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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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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불의의 일격을 맞은 서울 재건축 단지들이 이웃의 '석면 민원'에 또다시 발목을 잡혔다. 분양가상한제 유예를 적용받기 위해 속도를 내던 단지들도 석면 민원에 두 손을 들었고, 막대한 금융비용까지 더해져 사업 수익성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송파구 잠실지구에서 10여 년 만에 아파트 신축을 준비하고 있는 잠실 미성크로바와 잠실 진주 재건축조합은 석면 해체 작업을 앞두고 이웃과 갈등을 겪고 있다. 두 단지는 현재 이주를 모두 마치고 철거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1급 발암물질인 석면 해체 작업을 앞두고 공정이 올스톱됐다. 길 건너에 위치한 6000가구 이상의 대단지인 파크리오 주민들이 석면 해체 작업을 방학인 오는 12월 이후로 연기하라고 요구하면서다. 특히 파크리오 단지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는 송파구에 석면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조례 제정 이후 석면 해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면 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석면주민감시단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서울 내 지자체 중 서초구, 강동구 등 약 8곳 자치구에서 제정했지만 아직 송파구에는 관련 조례가 마련되지 않았다.

파크리오 주민들은 지난 9월 30일과 10월 13일에 입주민 회의를 열고 "송파구 조례 제정을 마치기 전까지는 해체 작업을 시작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10월 회의에는 송파구 부구청장도 참석했는데, 파크리오 측 요구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성크로바와 진주 재건축 조합은 이미 관련법을 충분히 준수하며 안전한 석면 해체 작업을 준비 중이라면서 이 같은 민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환경부와 고용노동부가 요구하는 법적 요건보다 높은 수준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고, 조례의 핵심인 주민감시단도 조례 제정 전에 미리 꾸릴 용의가 있다"며 "비대위에서 무작정 사업 일정을 미루라고 요구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은 조례 제정 이전에라도 주변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비상감시단을 구성해 조합과 구청이 함께 관리·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주를 끝낸 사황이라 최대 수개월 걸리는 조례 제정까지 사업이 진행될 경우 수십억 원의 금융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성크로바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은 파크리오 측과 이달까지 협의를 끝내고 다음달부터 석면 해체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파크리오 측은 학교 운동장 흙 전면 교체, 전 교실 공기청정기 설치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면 해체 작업을 둘러싼 민원분쟁은 점점 격해지고 있다. 이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에선 석면 해체 과정이 1년 넘게 진행되며 사업이 지연됐다. 조합은 지난 1년 동안 석면 조사와 해체 및 처리에 대한 각종 민원 제기와 시위 등으로 사업을 방해한 석면주민감시단 일부를 특수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및 부당 이득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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