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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미술의 세계

헨리·유지태·박태환… 에르메스가 뽑은 '진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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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남성복 총괄 디자이너 베로니크 니샤니앙 단독 인터뷰

시립미술관서 가을겨울 패션쇼, 모델 외에 한국 스타들 무대 올라

"잘생기기만 한 모델은 관심 없어… 옷으로 개성 드러낼 줄 알아야죠"

"꺄악!" 아이돌 팬 공연도 아닌데 런웨이에 남성들이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환호성이 연방 터졌다. 유지태(배우), 박태환(수영선수), 장기하(가수), 헨리(가수), 샘 킴(요리사), 여민수(카카오 CEO), 홍장현(사진작가)…. 잘 알려진 '스타'인 걸 제외하면 그다지 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한 무대에 섰다. 지난 4일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르메스 2019 가을겨울 남성복 '워크 더 라인(walk the line)' 무대에서다. '남자의 길을 걷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번 쇼에서 수십 명의 유명 패션모델들 사이에 이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600여 객석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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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샤니앙 에르메스 맨즈 유니버스 총괄 디렉터.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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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잘생긴 외모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옷을 입었을 때 명확한 개성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선정했어요. 실제 사람들이 착용했을 때의 옷이 이런 거구나 보여주고 싶었지요. 모델 캐스팅을 하면서 한국 남성들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자신이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남성성에 대해서도 굉장히 다양하고 개방적인 시각을 갖고 있더군요."

이번 쇼를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에르메스 맨즈 유니버스(남성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베로니크 니샤니앙은 "옷은 남자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하거나 바꾸는 게 아닌, 좀 더 매력적으로 호감가게 하는 도구"라면서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진짜 남자'는 자신의 일에 엄격하고, 많은 사람의 선망을 받으며, 관능미가 있고,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영상, 신문 자료,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정보를 습득한 뒤 모델은 한국에서 그녀가 직접 골라 무대에 세웠다. 체형과 외모가 어떻든, 자신의 일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 '엄격함'을 지녀야 한다는 게 기준. "박태환의 경우엔 한계를 넘어선 도전적인 태도가 남성의 진짜 멋을 드러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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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2019 에르메스 남성 가을겨울 쇼 무대에 선 장기하(왼쪽부터), 유지태, 박태환, 헨리. 한결 넉넉해진 바지 실루엣이 눈에 띈다.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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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함'은 그녀의 인생을 말해주는 키워드이기도 했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76년 일을 시작해 1988년 에르메스 남성복 아트 디렉터로 부임한 뒤 2009년 에르메스 남성 총괄 자리에 오르는 등 40년 넘게 남성복 분야를 주름잡았다. 르 피가로 등 프랑스 매체는 "36년간 샤넬을 이끌었던 카를 라거펠트의 사후 그의 기록을 넘어설 유일한 유능한 디자이너"라고 평했다. "디자인은 기사 쓰는 것과 같아요. 기사를 쓰다 맘에 안 들면 다시 쓰잖아요? 일을 하다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이런 마인드로는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만족하지 않으면 늘 중간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요. 팀원들에게 옷과 패션에 모든 열정을 바칠 수 없다면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열정이 있으면 지치지 않거든요."

니샤니앙은 안 입은 듯한 느낌의 캐시미어를 비롯해 특허받은 방수 소재, 경량 가죽 등 희귀 소재 개발을 비롯해 지퍼 색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는 등 남성복에 '보는 맛'을 입힌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쇼에도 비슷해 보이는 의상이지만 재킷의 길이, 소재를 달리해 체형에 맞게 변주했다. 남색, 갈색, 민트 색을 주요 테마색으로, 날렵한 그래픽 요소로 포인트를 줬다. 바지통은 한결 넓어져 숨통을 트이게 했고, 가죽 바지도 대거 선보였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옷, 예를 들어 가죽 재킷을 사서 하루는 액세서리를 달거나, 그 다음 날엔 청바지에 입고, 다음엔 격식 있는 의상에 걸칩니다. 좀 더 쉽게는 목도리나 스카프를 매치하면 매번 달라 보이죠. 우선 자신이 무얼 입고 싶은지를 잘 알아야 합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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