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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칼럼]보수 통합, 광화문 집회의 求同存異에서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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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으로 사분오열된 보수… 조국 사퇴 광화문 집회에서

連帶의 소중한 경험 되살려야… 큰 차이 봐야 작은 차이 사라져

그때 비로소 빅텐트 가능하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

조국 사퇴를 이끌어낸 10월 3일 대규모 광화문 집회는 보수 측의 단결과 동시에 보수 측의 분열을 보여줬다. 그날 광화문 집회는 주도권이 자유한국당에 있는지, 보수기독교인집회에 있는지, 우리공화당이나 태극기 부대에 있는지, 아니면 여기에도 저기에도 동질감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분노에 차서 뛰쳐나온 사람들에게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뿔뿔이였다.

보수 정당은 20대 총선 공천 파동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거치면서 봉합하기 어려운 분열을 겪고 있다. 탄핵이 옳았음을 인정하라는 소리도, 탄핵이 틀렸음을 인정하라는 소리도 분열만 부추길 뿐이다. 언젠가는 탄핵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점이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분열을 분열로 인정하는 게 탄핵의 강에 빠지지 않고 그 강을 건너는 방법이다.

보수 측에 부족한 것이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였다. 조국 임명 강행 사태에서 야당의 비판도 언론의 비판도 통하지 않을 때, 다시 말해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 광화문 집회는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줬다. 아스팔트 보수들이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열어온 집회가 10월 3일 대규모 집회의 불씨가 된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유승민계는 좋게 보면 블루칩이고 나쁘게 보면 계륵이다. 그러나 블루칩이 아니라 계륵으로 보더라도 유승민계 없이는 광화문 집회가 만들어낸 운동의 동력을 제도적 표심으로 바꾸기 어렵다는 전망에는 차이가 없다. 유 의원은 자기 지역구만이 아니라 전국 어느 지역에서 출마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 밖의 유승민계 의원들도 비슷하다. 그럼에도 유승민계는 ‘버리자면 계륵이지만 취하자면 보배’가 되는 확장성을 갖고 있다.

광화문 집회에 와 봤다면 조국 사퇴 여론과 한국당의 지지도가 왜 그렇게 큰 차이가 나냐는 어리석은 질문은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당이 받고 있는 지지도가 본래 그 정도다. 지금은 거버넌스(governance), 즉 지배구조를 바꾸어 빅텐트를 치는 것이 중요하다. 빅텐트라 함은 한국당을 일종의 플랫폼(platform)으로 만드는 작업이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같은 플랫폼 정당은 아닐지라도 친박(親朴)이든 비박(非朴)이든 중도파든, 돌아온 비박이든 나가 있는 비박이든 나간 친박이든, 그 위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서 국민의 평가를 받는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헌집 헐고 새집 짓는 것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빅텐트를 치는 의미의 쇄신을 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공천 얘기를 시작해야 한다. 국민경선이든 뭐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천의 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공정한 공천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리할 대상이 있다. 과거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지역의 의원들이다. 그런 의원들이 능력이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들 중에는 당선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비례대표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공천된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다만 그들이 받은 기회가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 공정하지 않았기에 보수가 분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은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물러나는 것이 부당함을 바로잡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3선 이상 중진 의원 퇴진론은 화끈한 쇄신안 같지만 논리적이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치적 성향이 고정되지 않은 지역에서 정치적 바람이 이리저리 요동칠 때도 지역구를 지켜낸 중진 의원들이야말로 정당의 주축이다. 그런 의원들더러 물러나라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을뿐더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정당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자해적인 조치다.

보수 측은 연대(連帶)를 해본 경험이 별로 없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연대에 약하다. 조국 사퇴 광화문 집회는 분열된 보수의 연대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다른 쪽과의 큰 차이를 봐야 자기 쪽의 큰 같음(大同)이 보이고 작은 차이(小異)가 사라진다. 탄핵을 둘러싸고 사분오열된 집단이 국민을 핫바지 취급한 조국 장관 임명 강행 앞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보수 측으로서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희귀한 경험이다. 이 경험을 소중히 기억해야 빅텐트를 칠 수 있다. 보수 측이 통합돼 견제력을 가져야 진보 정권의 폭주가 제어되고 나라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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