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종료 뒤 이례적 각자 성명 / 정은보 “美 방위비에 새 항목 원해 / 총액 인상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 드하트 “필요 땐 입장 조정” 공 넘겨 / 이혜훈 “7일 주한 美대사관저 방문 / 해리스 대사, 50억弗 20차례 얘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이 결렬된 19일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왼쪽 사진)가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우리 정부 입장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이날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협상 결과를 브리핑했다. 뉴스1·연합뉴스 |
이틀 일정으로 서울에서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협상이 19일 일단 결렬됐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 협상을 개시한 지 약 1시간30분 만에 미국이 먼저 자리를 떴다. 연내 타결 목표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막판까지 진행되기도 전 양측이 협상을 중단하고 각자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외교부는 협상 종료 뒤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제11차 SMA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며 “미 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에서 상호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협상은 당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가 19일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된 가운데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정부 입장과 협상 상황 등을 발표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은보 수석대표는 협상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한·미가 실무적으로는 다음 방위비 협상 일정을 잡았다”면서도 “예정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은 미국 측이 먼저 이석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측도 입장을 냈다. 미국 측 제임스 드하트 수석대표는 협상 종료 뒤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미국대사관 별관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이 내놓은 제안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 측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드하트 대표는 또 “우리는 귀담아들을 준비를 한 채 열린 마음으로 서울에 왔다.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 입장을 조정할 준비도 돼 있었다”며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담에 참여하는 시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한미방위비 분담금 3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미국대사관 공보과에서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단상으로 올라서고 있다.연합뉴스 |
이날 협상 결렬은 약 50억달러(약 5조8400억원)에 가까운 분담금 총액 인상과 함께 작전 비용 지원 등 각종 분담 항목 신설을 요구하는 미국과 기존 SMA 틀 내에서 협상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우리 측 입장의 간극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직 정부는 연내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목표를 수정한 바 없으나 한 달여 남은 시간 이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美 “새로운 제안 내놔라”… 韓 “우리 원칙과 상당한 차이”
19일 한·미가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을 결렬시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미국이 먼저 자리를 뜨고, 양국 수석대표가 저마다 기자회견을 하거나 성명을 읽어 간극을 노출했다. 방위비 협상은 동맹 간에 진행되는 협상인 만큼 이견이 있더라도 외부적으로 보이는 껄끄러운 모습을 최소화하는 게 관례다. 그만큼 이번 협상이 지금까지의 어떤 협상보다 쉽지 않은 협상임을 뜻하는 한편 이 사실을 외부적으로 드러내 각자의 내부 여론에 호소하려는 전략적 고려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새로운 항목 신설 통한 대폭 증액 요구”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
협상을 먼저 중단시킨 것은 미국이다. “필요하면 우리 입장을 조정할 준비도 돼 있었다”는 제임스 드하트 미측 수석대표 성명 언급을 볼 때 미국은 이날 협상에서 한국에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된다. 드하트 대표는 “우리의 위대한 동맹 정신에 따라 양측이 상호 수용가능한 합의를 향해 나아갈 새 제안이 나오길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지난해 협상은 올해 3월이 돼서야 타결됐지만, 12월까지 협상을 이어가다 협상 연기를 발표했다. 협상 시간이 아직 남았는데 협상을 중단하는 모습을 외부적으로 드러낸 것, 양국 수석대표가 직접 나서 협상 중간에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방위비 협상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협상에 진전이 없거나, 진전 가능성이 없어 이를 외부적으로 알리고 협상의 어려움을 각국 정상과 내부 여론에 각인시키려는 전략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된 언급은 지금까지 한 번도 (협상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해리스, 서론도 없이 방위비 얘기”
최근 잇따르는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분담금 인상 압박이 협상이 중간 결렬된 이날까지 계속된 것이다. 그만큼 분담금 인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국내 언론, 정치권 등을 상대로 꾸준히 방위비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7일)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했다”며 “인사 나누는 자리로 알고 가볍게 갔는데 서론도 없이 방위비 분담금 얘길 꺼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 동맹 관계를 흔들어 오히려 미국의 대외 전략에 좋지 않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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