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지도 하지 않을 지도 몰라" 모호한 발언…방위비 인상 압박
나흘전 방위비협상과 주한미군 연계 않겠다던 입장과 온도차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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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초유의 파행사태를 겪은 직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감축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파장이 예상된다.
19일(현지시간) 필리핀을 방문 중인 에스퍼 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한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이나 추측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APTV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와 방위비 협상이 별개의 사안임을 분명히 했던 지난 15일의 입장과는 확연한 온도차가 난다. 앞서 국방부는 서울에서 채택된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서 "에스퍼 장관은 현 안보 상황을 반영하여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공식문서에서 '주한미군의 현 수준 유지'를 재확인한 지 불과 나흘만에 입장 변화를 시사한 것으로 방위비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방위비 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라며 "그들은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 이상에 대해서는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방한 기간 중에도 한국의 추가비용 부담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에스퍼 장관의 주한미군 관련 발언은 한국에서 열렸던 SMA 3차 협상이 거친 파열음을 내고 80분만에 파행된 후 나온 것이다. '거래의 달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전략을 차용해 방위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연출된 '벼랑 끝 전술'로 풀이된다.
하지만 방위비 협상을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 연계시키는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 국내외로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 이어 미국과 방위비 협상에 임하는 일본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입장에서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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