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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나흘전엔 "주한미군 유지"…에스퍼, 말 바꾸며 방위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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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여야 3당 원내대표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국회 입장을 미국에 전달하기 위해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들은 `초당적 방미 외교`에 나섰지만 국회 결의문이 채택되지 못한 채 출국하게 돼 자칫 `빈손 외교`로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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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47억달러(약 5조5000억원)로 올리라고 압박해온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축소 문제까지 '지렛대'로 삼으려는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사진)은 19일 필리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협상 결렬 시 주한미군 축소를 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예견하거나 추측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나흘 전 서울에서 채택된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점을 에스퍼 장관이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3일 방한 직전 비슷한 질문을 받고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따라서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방위비-주한미군 축소' 연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슬쩍 바꾼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지난주 방한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미국민 사이에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의문이 있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물론 에스퍼 장관이 연내 방위비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 측 대응 방안을 예상하지 않겠다는 포괄적 의미로 이 같은 답변을 내놓았을 개연성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주한미군 감축이 절대 없다고 하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력이 약해지고, 그렇다고 감축을 논의 대상으로 한다고 얘기하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에스퍼 장관이 모호한 답변을 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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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위비 증액이 자신들 주장대로 관철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주한미군 규모를 축소하거나 전략자산 전개 등을 줄이겠다고 압박하는 공세적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을 2만8500명 이하로 감축하기 위한 행정부의 예산 사용을 의회가 제한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미국 국익에 부합할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기 때문에 해석의 논란은 여전하다. 또 순환배치의 경우 의회가 제동을 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9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6000여 명 규모 기갑여단 순환배치만 중단해도 주한미군 규모는 사실상 감축된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협상 전략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과 토머스 번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이날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지난 7월 의회 청문회에서 많은 의원들은 방위비 협상 실패가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면서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환영할 일이며 동맹의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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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48억달러를 미국이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라면 동맹을 해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며 "매우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미국의소리(VOA)'가 전했다.

미국 방위비 협상팀은 기존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의 범위를 넘어서는 안보 비용을 청구하며 한국 협상팀을 압박하고 있다. 1966년 체결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주한미군에 대한 비용 분담을 규정한 것으로, 한국이 시설과 용지를 제공하는 한편 운영 경비는 미군이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21조원 규모 평택 미군기지 조성비는 우리 정부가 모두 부담했다. 현행 SMA는 한국이 이 중 주한미군 운영 경비의 일부를 예외적으로 분담하도록 1991년 체결된 것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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