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의문 제기…동맹 균열 속 나토 외무장관 회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사무총장[AFP=연합뉴스] |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최근 잇따라 균열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독일과 프랑스가 나토 개혁을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나토 개혁을 위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의장으로 하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 전략적 현안들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나토를 "유럽의 생명 보험"이라고 표현한 마스 장관은 동맹을 지키고, 나토의 단합을 유지하고, 나토의 정치 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같은 제안을 내놨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최근 논란이 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나토 뇌사' 발언에 관해 설명하면서 나토의 발전을 위해 저명 전문가들로 구성된 소그룹을 구성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르드리앙 장관은 이들이 나토의 미래와 비전, 러시아와의 관계, 테러리즘과 중국의 부상 등 안보 도전 과제, 최신 군사 기술의 영향 등에 대해 검토해 2021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보고서를 제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이날 나토 외무장관 회의는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나토 뇌사' 발언으로 동맹국 안팎에서 논란을 일으킨 이후 처음 열린 것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과 나토 동맹국 사이의 협력과 미국의 리더십 부재, 터키의 예측 불가능성을 언급하며 나토가 뇌사를 겪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불러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 등이 2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올해 나토 출범 70주년을 맞아 내달 3∼4일 영국 런던에서 나토 정상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촉발된 이번 논란은 대서양 동맹 사이의 마찰과 리더십 공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날 회의에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각기 나토 개혁 방안을 제안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한 나토 외교관은 로이터에 "이것은 누가 유럽의 리더가 돼야 하느냐, 프랑스냐 독일이냐, 아니면 둘 다냐, 그리고 나토가 어디로 향해가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마스 장관의 제안에 대해 "많은 동맹들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나 역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달 나토 정상회의 이전에 추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나토가 그 목표를 성취하고 있는지 분명히 하기 위해 자체 평가를 하는 것은 "대단히 타당하다"면서도 "지금이 꼭 알맞은 때인지 혹은 그것이 알맞은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냈다.
이날 나토 외무장관들은 또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인 나토 정상회의 준비 문제를 논의하며 긴장 상황 진화를 시도했다.
한 고위 외교관은 "이미 타격은 입었다. 이제 우리는 런던에서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그 악영향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토 외무장관들은 육해공, 사이버에 이어 우주를 작전 영역으로 인정하고, 중국의 군사력 확대를 면밀히 주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중국에 대한 나토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비공개 보고서도 승인했다.
이는 '나토 무용론', '나토 무임승차론'을 제기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나토가 미국의 이익을 위한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AP통신은 나토는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하고 있는 아프리카 또는 유럽 기반시설 매입 등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나토 동맹국은 중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신 기반시설에서 중국 회사가 맡는 지배적 역할을 경계한다고 AP는 설명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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