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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로봇이 온다

쏠까요, 말까요…묻지 않는 ‘킬러로봇’ 나올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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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육군 드론봇전투단 부대원이 로봇을 조작해 주변 지역을 살피고 있다. 육군 제공


인간은 지구상에 문명이 처음 등장한 이후 벌어진 수많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주역을 맡아왔다. 군사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무기가 끊임없이 등장했지만, 인간은 전쟁터에서 언제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저출산과 노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으로 군에 입대할 인원이 줄어들면서 군인을 중심으로 한 전쟁 수행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감축된 병력을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활동하는 원격조종 로봇,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자율형 인공지능(AI) 무인전투체계로 대체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외부 통제를 받지 않는 무인전투체계가 법적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우려도 나온다.

◆무인로봇에 경비정까지…무인화 ‘잰걸음’

국방부가 밝힌 ‘국방개혁 2.0’에 따르면, 현재 59만9000명 수준인 우리 군 병력은 2022년 50만명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약 10만명이 감축되는 셈이다. 군 당국은 병력 감소로 인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드론봇(드론+로봇)과 AI,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무인전투체계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법은 전차와 자주포를 무인화하는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시험개발중인 K-9 자주포 무인 포탑체계를 적용하면 K-9 승무원을 기존의 5명에서 3명으로 줄일 수 있다. 승무원이 좌표를 입력하고 탄약을 장전하는 과정을 자동화된 무인 기술로 대체하면 기존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

기술이 실용화되면 육군과 해병대의 K-9에 적용할 수 있고, 노르웨이나 핀란드 등에 수출된 K-9의 성능도 높아진다. 전력증강과 수출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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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관계자들이 로봇 전시회에서 참관자들에게 군용 로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육군 제공


무인전차의 경우 2030년대를 목표로 핵심기술 개발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전차 생산업체인 현대로템은 지난달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130㎜ 주포와 레이저무기 등으로 구성된 차세대 전차 컨셉을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승무원은 2명으로 지휘소에서 원격운용되며, AI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위협 분석과 무장 선택 등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무인전차가 실용화되면 기계화부대에 배치되어 위험지역을 정찰하거나 통로 개척 등에 투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상군 부대에 감시정찰용 로봇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감시정찰용 로봇을 통한 정찰을 실시하면 수색대 도보 정찰보다 훨씬 넓은 지역의 움직임을 단시간 내 파악할 수 있다. 위험지역에 감시정찰용 로봇을 투입하면 장병들이 죽거나 다칠 위험을 피하면서도 효과적인 정찰이 가능하다.

공병대에 지뢰탐지 및 제거 로봇을 배치하면 공병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지뢰 또는 급조폭발물(IED)을 제거할 수 있다. 적군의 공격이나 재난으로 산악지역에 고립된 장병들이 필요로 하는 군수품을 드론에 적재, 보급하는 작전도 가능하다. 지상에서 쓰이는 로봇을 해병대 작전환경에 맞게 개량하면 상륙작전 등 인명피해가 큰 작전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 방위산업체에서 개발중인 무인수상정을 배치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무인수상정과 기존 함정을 혼합한 혼성 함대 구성을 고려한 해상전투지휘통제체계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 정보와 더불어 무인수상정이 포착한 영상을 승무원들이 함께 보면서 전장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함정에 무인수상정을 추가한 혼성 함대를 구축하면 항만과 해군기지에 있던 경비정을 대체할 수 있다. 먼 바다에서는 도주하는 소형 어선 추격 등에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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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병사가 어린이들에게 폭발물제거로봇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스스로 판단하는 전투로봇 가능할까

무인전투체계 도입을 위한 기술개발과 정책적 결정이 활발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무인전투체계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존의 원격 조종 중심 무인전투체계에 자율성을 보강, 외부 통제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종과 통제에 필요한 인력을 절감하면서 작전 시간을 단축하고, 장병들이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면 AI와 네트워크 시스템에 기반을 둔 자율형 무인전투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조종석 등 불필요한 공간을 제거해 크기를 줄인 스텔스 설계 적용이 쉽고, 인간이 느끼는 피로와 배고픔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산악지역이나 적군에 포위된 곳에서도 장기간 작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무인전투체계에 의사결정 능력을 부여하는 것을 놓고 우려와 반발도 작지 않다. 우선 무인전투체계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행동한 결과에 대해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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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 페스티벌에서 육군 드론이 화재 진압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육군 제공


현재 군에서 쓰이는 원격조종 무인전투체계의 경우 조작 미숙 등의 원인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하면, 소유와 운용을 맡고 있는 정부와 군이 책임을 진다. 하지만 무인전투체계가 독자적으로 판단, 행동해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윤리적 책임을 무인전투체계에만 물을 것인지, 이를 운용한 사람과 소유자도 문책해야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윤리적 문제는 책임 소재와 범위가 법률보다 더 모호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윤리적 측면과 법적 측면에 뒤얽혀있는 경우라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자율형 무인전투체계에 적용할 수 있는 단일 법적, 윤리적 기준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쟁법이나 교전수칙 등의 국제법이 있으나 지역, 문화, 국가별 특성에 따라 법과 윤리 규범이 서로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법과 윤리 규범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자율형 무인전투체계에 탑재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법적, 윤리적 규범을 소프트웨어에 포함하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무인전투체계의 실전투입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수년 전부터 교전수칙과 전쟁법 등을 담은 로봇용 윤리프로그램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무인전투체계가 올바른 도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견해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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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드론봇전투단이 보유하고 있는 무인수색차량. 육군 제공


가장 큰 문제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법과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무인전투체계를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가다.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법과 윤리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는 인간 외에는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판단할줄 아는 무인전투체계와 민간 로봇이 실용화하면, 이를 인격의 일부로 분류해야할지, 아니면 기존 분류대로 사물로 간주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과 정부, 학계 등을 포함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정부와 군의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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