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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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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日, 지소미아 합의 왜곡... 아베, 양심 갖고 한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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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靑 안보실장, 日언론 '지소미아 종료 유예 협상서 日 완승' 보도에 강력 반발
"오히려 文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외교의 판정승"
"日에 유 트라이 미(You try me·우리를 시험해 보라)라 말하고 싶다"
"이런 행동 반복되면 한·일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
靑고위관계자 "아베, 양심 갖고 할 수 있는 말이냐⋯주한미군, 한·미 간 일체 거론 안돼"
"지소미아, 한미동맹 근간 훼손할 중요 사안 아냐"

정의용<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4일 한·일 양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유예와 수출 규제 관련 국장급 협의 재개를 합의한 이후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밝혔다. 정 실장은 이날 오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양국 합의 발표를 전후한 일본 정부의 몇가지 행동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이런 행동이 반복된다면 한·일 협상 진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날 실명(實名) 보도를 요청하며 일본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breach of faith)" "견강부회" "트라이 미(try me·우리를 시험해 보라)" 등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일본 언론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상은)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외교의 판정승"이라고 했다. 일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후 '일본은 아무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일본 언론에 보도된 데 대해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이냐"는 격한 표현도 썼다.

일본 언론은 이날 양국 협상 과정과 관련 "일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지하기로 물러서 무역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장급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아베 총리가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 발표 후 '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 (입장)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물러선 것이다'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협상에서 일본이 한국에 완승(完勝)했다는 취지의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가 직접 강력 반발하고 나온 것이다.

정 실장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굴복했고 일본이 외교적으로 승리한 퍼펙트게임'이라는 (일본의 고위 정부 관계자와 일부 언론의) 주장은 견강부회"라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을 자기 식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우리가 볼 때는 우리가 지소미아에 대한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난 다음 일본이 우리 측에 접근해오면서 협상이 시작됐다"며 "큰 틀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의 외교가 판정승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이것이 최종합의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명확히 밝힌다. 영어로 '트라이 미(try me)'라는 말이 있다. 한쪽이 터무니 없이 주장하며 계속 자극하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할 지 모른다'는 경고성 발언"이라며 "유 트라이 미(우리를 시험해보라), 이 말을 일본에 하고 싶다"고 했다.

정 실장은 특히 지난 22일 한·일 정부가 각자 합의사항을 발표하기로 한 시점보다 이른 시점에 일본 언론이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합의 내용 일부를 보도를 한 점, 한·일 간 공식 발표 시점보다 7~8분 정도 늦은 시점에 일본 정부가 발표를 시작한 점,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 내용이 한·일 간 발표하기로 합의한 것과 달리 발표된 점을 지적하고 "만일 이런 내용으로 협의했다면 합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지극히 실망스럽다"며 "그것이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한 "일본은 어떤 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미국 (입장)이 매우 강경했기 때문에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로) 물러선 것이다"로 보인다.

일본 마이니치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8~19일 지소미아 문제로 미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21일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해 주한미군 축소를 시사한 백악관 관계자와의 면담 결과를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 문제는 분명히 말하는데 일체 거론이 안됐다. 한·미 간에 공식적으로 거론된 바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동맹이 그렇게 만만한 동맹이 아니고, 지난 70년간 우리가 어마어마한 것을 투자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도 종전보다 더 동맹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일 지소미아가 그런 굳건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은 아니며 미국도 그렇게 봤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정 실장은 "우리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 후 즉각 일본의 이런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 외교 경로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강력히 항의했고, (지난 23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똑같은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우리 측 항의에 일본 측은 우리가 지적한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일본 경제산업성에서 부풀린 내용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한·일 간 합의 내용은 아무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에 어렵게 합의한 원칙에 따라서 조기에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일본과 계속 노력을 하겠다"며 "일본 정부 지도자들은 좀 각별한 협조를 해달라"고 했다.

정 실장이 거론한 '경제산업성이 부풀려서 발표한 내용'이란 '한국을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를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날 "일본 정부 발표 내용 중 '수출관리정책 대화에 대해 현안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백색국가 복원을 포함한 것으로 한·일 간 양해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측 사과 주체에 대해 "외교 채널을 통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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