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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로봇이 온다

2020년대 기약하는 소셜로봇…인터넷·스마트폰 뒤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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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로봇’ 기술영향평가 토론회

인지력 갖고 사람과 교감하는 로봇

아직 청소로봇 수준 머물러 있지만

인공지능 힘입어 10년내 도약 기대

“2023~2028년 본격 발전단계 진입”

집안일, 돌봄, 교육 등 쓸모 많지만

‘노동력 강화-일자리 박탈’ 두 얼굴

개인 데이터 둘러싼 악용 가능성도

막연한 불안·지나친 낙관 벗어나

연구개발 지원·인력 양성과 함께

명확한 개념 세우고 제도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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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은 1966년 정신과 의사 모사 프로그램 ‘일라이자’를 만들었다. 상대방의 말에 의미 없는 반응만 하는 초보적인 챗봇이었다. 환자가 일라이자한테 “제 남자친구가 저를 여기로 오게 했어요”라고 하면 로봇은 “당신의 남자친구가 당신을 여기로 오게 했다고요?”라고 되묻거나, “그 친구가 저 보고 장시간 우울해 있대요”라고 하면 “당신이 우울해 있다니 슬프네요”라고 하는 등 인간이 한 질문을 토대로 단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바이첸바움은 환자들뿐만 아니라 일라이자의 ‘정체’를 잘 아는 간호사들까지 일라이자와 대화를 하면서 위안을 받는 것을 보고 놀랐다. 컴퓨터에 인격을 부여하려는 이런 심리현상을 과학자들은 ‘일라이자효과’라 이름 붙였다.

일라이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우면서 성장하고 행동하는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소셜로봇’이다.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나오, 소프트뱅크의 페퍼, 엠아이티의 지보 등이 대표적으로 일컬어지는 소셜로봇들이다. 아이비엠의 인공지능 ‘왓슨’이 탑재돼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변화를 감지해가며 말을 건네는 페퍼는 2만5천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언스>가 2016년 창간한 로봇전문 저널 <사이언스 로보틱스>가 지난해 선정한 ‘10대 도전 기술’에 ‘로봇용 인공지능’과 ‘사회적 상호작용’ 두가지가 포함됐다. 김재홍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인간로봇상호작용연구실 실장은 지난 22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9년 기술영향평가 공개 토론회’에서 “소셜로봇은 10년 안에 주류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지능형 로봇은 ‘외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동작하는 기계장치’라고 법에 규정이 돼 있지만 소셜로봇은 명확한 정의조차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소셜로봇은 ‘로봇이 인지 능력과 사회적 교감 능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셜로봇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는 오래다. 현재 스위스 로잔공대의 학습알고리즘시스템연구소(라사) 연구소장인 오드 빌러드 교수가 1997년 석사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후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신시아 브리질 교수가 본격적으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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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로봇은 크게 생활지원, 교육, 정서지원, 돌봄지원, 엔터테인먼트, 안내 등 분야로 나뉜다. 현재 시장 진입에 성공한 것은 생활지원 분야의 청소로봇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페퍼, 이족보행을 하는 나오, 로봇강아지 아이보, 노인 정서지원용 효돌이 등은 소셜로봇의 확산을 예고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해 “소셜로봇이 기대치의 정점에 진입해 거품 붕괴 과정을 거치고 나면 5~10년 뒤인 2023~2028년께 본격적인 발전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변순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키스텝) 정책기획본부장은 “소셜로봇 기술은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 기여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사용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기술이어서 발생 가능한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와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키스텝은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 기술로 ‘소셜로봇’을 선정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시민패널 15명으로 구성된 시민포럼을 구성해 소셜로봇에 대한 기술평가 결과를 도출해냈다. 기술영향평가는 기술의 발전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을 사전 분석·진단하는 것으로 부정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 영향을 최대화하는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1년 제정된 과학기술기본법에 기술영향평가가 의무화돼 2003년부터 올해까지 17년 동안 19개 기술의 평가가 진행됐다. 대상기술은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등 다양한 인사로 구성된 대상기술선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김상선 키스텝 원장은 “2015년에는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인공지능(AI)이 선정됐는데 그다음 해 ‘알파고 사건’(인공지능이 이세돌 9단을 이긴 바둑 대국)이 생기고, 2016년 가상증강현실(AR·VR)이 대상기술로 선정되고 나서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듯이 현실과 밀접한 주제들이 평가 대상기술로 선정되고 있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기대감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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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패널들은 소셜로봇의 사회적 악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변세준 시민포럼 대표는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특성에 맞는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경향이 활발해지는데 소셜로봇이 중심적 구실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정의와 규제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재홍 실장은 “소셜로봇은 사람과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는데 개인 데이터 확보가 어려워 기술 발전이 느려진 측면이 있다”며 “현재 연구윤리 심사를 받아도 데이터를 3년 뒤면 폐기해야 하는데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포럼은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증가하는 만큼 ‘마이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정보 주체에게 데이터 삭제권과 정정권을 부여하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 대표는 “시민패널 사이에서는 신문·방송에서 개인용컴퓨터(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변화해온 미디어가 소셜로봇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데 특정 대기업의 자사 이익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마약·밀수·성매매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준식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셜로봇과 정서적 상호작용을 하면 아이들이 영향받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사실 로봇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개체가 될 것인지는 우리가 상호작용하면서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자연어 인식 챗봇 ‘테이’가 순식간에 욕을 먼저 배워 논란이 됐지만 사실 아이들은 도덕적으로 완성되기 전 친구들 사이에 관심을 끌기 위해 욕에 대한 학습이 강화됐다가 집에 와서는 다시 약화한다. 로봇도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기술영향평가위원회와 시민포럼은 소셜로봇이 고령층·장애인 등의 노동능력을 증대하고 공동체 참여를 활성화하는 반면 안내로봇이나 돌봄로봇이 저소득 일자리를 빼앗는 등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측면, 가사노동 투입시간은 감소하는 반면 서비스 비용이 증가하고 사회적 유대감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기술영향평가 결과에 담았다. 또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 연구 등에 대한 지원과 소셜로봇 산업이 요구하는 융합적 인재 양성의 필요성 등에 대한 내용도 기술영향평가 결과에 들어 있다.

과기정통부는 시민들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뒤 기술영향평가 결과를 과학기술자문회의에 보고해 부처별로 정책에 반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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