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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로봇이 온다

[비즈톡톡] 전동 킥보드·배달 로봇 천국?... ‘신기술 사무실’ 여는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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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도시 샌프란시스코는 혁신의 도시로 불립니다. 차량 호출(ride hailing) 업체 우버(Uber)와 리프트(Lyft)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겨났고 트위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파일 저장·공유 서비스) 등 글로벌 기술 기업의 본사가 즐비하기 때문이죠.

‘애플, 구글, 페이스북 본사가 위치한 도시 남쪽(샌프란시스코만 지역, San Francisco Bay Area)과도 가까워 어딜가나 훌륭한 엔지니어가 가득합니다. 이들이 만든 새로운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이 샌프란시스코에 계속해서 생겨나는 배경이기도 하죠. 공유 킥보드 업체들이 대표적인데, 지난 10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 1위 공유 킥보드 업체 라임(Lime) 역시 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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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임의 공유 전동 킥보드 서비스. /라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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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선 자율주행 배달 로봇도 볼 수 있습니다. 2017년 스타트업 마블(Marble)이 이 도시에 처음 배달 로봇을 소개했고, 최근엔 음식 배달 스타트업 포스트메이트(Postmates)가 배달 로봇 ‘서브(Serve)’의 주행 허가를 받아 테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구글 계열사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한데 미래 도시처럼 보였던 샌프란시스코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2월 시 당국이 보행자 도로 환경 개선을 위한 ‘신기술 사무실(Office of Emerging Technology)’을 만들 예정이라고 합니다.

신기술 사무실의 역할은 새로운 기술이 탄생시킨 제품·서비스가 길거리에 등장하기 전에 시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기업은 공공 장소에 신제품을 선보이기 전 신기술 사무실에 신청(신청 수수료 포함)을 해야하고, 허가 없이 출시하면 하루 최대 1000달러(약 118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계획이죠.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이 신기술 사무실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건 최근 급격히 증가한 전동 킥보드, 배달 로봇 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해석입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시민이나 노약자들에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버드, 라임 등 주요 전동 킥보드 업체가 경쟁적으로 킥보드 대수를 늘리면서 도심 곳곳에 방치된 공유 킥보드가 시민의 보행과 통행을 막는 문제가 생겼고 기물 파손, 헬멧 미착용 등으로 인한 안전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건 신기술 사무실이 일방적인 규제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샌프란스시코 시 당국은 이 조직을 스타트업, 기술 기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센터’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법무에 익숙하지 않은 스타트업이 여러 기관,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신기술 사무실에만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 사업을 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과거엔 절차가 복잡해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사업을 개시한 후 사후에 허가 절차를 밟았고, 더 많은 문제를 낳았다는 걸 고려한 결정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이 신기술을 포용하면서도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사례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서울의 경우 최근 전동 킥보드 업체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는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 운행해야 하는데, 이 경우 운전자가 위험할 뿐 아니라 속도 제한 때문에 차량을 방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불가피하게 인도에서 주행할 경우 다른 보행자가 불편을 겪습니다. 전동 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분류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국회 계류 중으로 언제 법제화가 가능할지 불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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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이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 /우아한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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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로봇 역시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닙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 5대의 자율주행 배달로봇을 배치하고 ‘캠퍼스 로봇배달’을 시범 운영중이라고 26일 밝혔습니다.

테크 업계 관계자들은 규제보다 불확실성이 더 싫다고 얘기합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모호한 상태가 지속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 보내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신기술을 어떻게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도입할지에 관한 우리 정부, 시 당국 차원의 고민이 절실해 보입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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