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관의 중저가 요금 주문 앞서
박 사장이 “아직은 아냐” 선수
최 장관, 5G 망 투자 확대도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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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도 함께 검토해 달라.”(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아직은 시기상조다.”(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9일 아침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호파크센터로 불러 취임 뒤 첫 공식 상견례 겸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소비자 가계통신비 부담완화 방안을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는 가입자수 부족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론을 폈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견례였다는 평이 나온다. 이 자리에는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황창규 케이티(KT) 회장·하현회 엘지유플러스(LGU+) 부회장이 참석했다.
최 장관은 간담회 머리 발언에서 “5G 통신비로 국민의 생활비 부담이 과중되지 않도록 정부와 통신사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5G 서비스를 다양한 소비자층이 이용할 수 있도록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5G 단말기가 고가의 플래그십 중심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다양한 가격대의 단말기가 출시될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지속적인 협의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이 말하는 중·저가 요금제는 월 정액요금이 4만원대 이하인 요금제를 가리킨다.
하지만 통신 3사 최고경영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통신망에 돈이 많이 들어가서 아직은 (5G 중·저가 요금제 출시는) 시기상조다. 조금 더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면 그 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얘기 가능한 시기에 대해서는 “(가입자가) 1천만명 정도 되면"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에스케이텔레콤의 5G 가입자는 190만여명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속도로 1천만명이 되려면 3~4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최 장관의 주문을 예측하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편 모양새다. 업계에선 “장관 주문을 대놓고 거절하기 어려우니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거부한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선 통신 3사의 5G 망 투자 행태를 놓고도 신경전이 오갔다. 최 장관은 “올해 통신 3사는 5G 확산을 위해 지난해보다 약 50% 증가한 금액인 8조2천억원 수준의 투자 계획을 제시하였는데, 9월까지 5조4천억원을 투자했다”며 “연말까지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투자가 있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신 3사가 5G 망 투자에 소극적인 것에 불만을 제기하며, 망 투자에 좀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줄 것을 에둘러 주문했다고 볼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통신 3사의 망 투자(케펙스)를 촉진하기 위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줬다. 5G 주파수를 조기 할당했고, 주파수 경매 방식도 통신사들에게 유리하게 해줘 애초 예상액의 절반 값에 가져가도록 해줬다. 경매 진행 방식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 3조원 가까운 국고 손실을 가져왔다며, 국가 쪽에서 보면 과기정통부가 사실상 배임 행위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5G 망 투자를 촉진하겠다며 5G 망 투자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통신 3사의 통신망 투자는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 전년도 실적을 발표할 때 다음 해 설비투자(케펙스) 계획을 내놓던 이전과 달리, 올해는 2분기가 되도록 투자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가능하면 적게 하면서 정부와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보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부가 ‘세계 최초 상용화’에 집착하다 통신사들한테 뒷통수를 맞았다“, “통신사들이 국민 호주머니에 기대 사업을 하면서 정부의 투자 활성화 요구를 외면한다” 등의 지적이 일었지만, 과기정통부는 사업자 편을 들어왔다. 당시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통신 3사 간에 5G 서비스 품질·반경 경쟁이 벌어지면 망 투자도 는다. 적다고 뭐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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