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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미술의 세계

태양과 달을 동경하던 시대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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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래된 신화` [사진 제공 = 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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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접은 새가 사람처럼 서서 선사시대 별자리도를 바라보고 있다. 먼 옛날 인류는 별자리로 날씨를 예측하고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이제는 밤하늘 달에 소원을 비는 자체가 신화처럼 되어가고 있다. 드론을 날려 세상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현대 사회에서 신비의 영역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숙 작가(54) 작품 '오래된 신화'는 우주를 동경하는 영혼의 부활을 그렸다. 그는 "각박한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간직한 우주 신화가 필요하다"면서 "현재 우리 삶이 후손들에게 신화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담은 그의 작품들을 경기도 안산시 대부남동 유리섬박물관·맥아트미술관 개인전 '달은 별을 먹지 않는다'에 펼쳤다. 미국 천문학자 칼 세이건 저서 '코스모스'에서 따온 구절을 전시 제목으로 선택했다.

"태양과 달 등 모든 별들은 서로를 잡아먹지 않고 공존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무한경쟁, 약육강식 시대다. 생존 자체가 점점 힘들어지고 지구를 지켜내기도 어렵다. 우리 삶을 우주적 관점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고,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모색해야 한다."

전시작 '공간의 확장'은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표현했다. 새가 앉아 있는 사람 같은 돌 뒤에 흐릿한 돌들이 보인다.

작가는 "현재 여기로부터 시작해 과거와 미래, 다른 공간으로 확장되는 세계를 그렸다. 사람같이 생긴 돌이 앉아있는 동그란 돌이 지구다. 사람이 지구를 살릴 수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품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의인화된 돌은 우주 먼지가 뭉친 존재의 시초다. 작가는 2014년부터 돌에 깃든 생명의 가치를 찾아내는 데 집중해왔다.

'꽃, 나비 날다'는 수많은 얼굴들로 이뤄진 꽃을 담았다. 암술과 수술이 만나 새 생명을 피우는 꽃에도 우주가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붓질했다. 전시는 내년 3월 15일까지.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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