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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화웨이, 미⋅중 협상카드 1년… 美 반도체 안 쓴 스마트폰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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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재 이후 ‘기술자립’ 가속… "9월 출시 ‘메이트 30’ 뜯어보니 미국 칩 ‘0’"

미⋅중 무역전쟁 한 가운데 선 화웨이가 퀄컴 등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 없이도 올해 9월 주력 스마트폰을 출시하는데 성공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화웨이가 지난 5월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은 지 4개월만에 기술 자립 성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미국 기업과 거래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린 게 화웨이의 ‘기술 자립’만 도와준 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하드웨어 대체만으로는 화웨이의 기술자립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각) 화웨이가 반도체 등 미국의 부품 없이 휴대폰 완성품을 만들어 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일본 휴대폰 부품조사업체 'UBS 포멀하우트 테크노 솔루션'이 화웨이가 지난 9월 출시한 올해 주력 스마트폰 ‘메이트 30’을 분석한 결과 미국 기업 부품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선비즈

화웨이 중국 매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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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제품은 카메라 전문 평가기관 ‘디엑스오마크’(DxOMark)로부터 애플 아이폰11과 삼성 갤럭시노트10보다 카메라 성능이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5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규제했고, 화웨이는 퀄컴과 인텔 등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핵심부품을 납품 받는데 비상이 걸렸었다. 당시 영국 ARM이 화웨이와의 거래 금지 조치에 동참하기로 한 것을 두고, 외신들은 "코카콜라에 탄산음료를 넣지 말라는 것과 같은 충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에 들어하는 칩 조달을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다변화에 성공한 사실이 알려진 건 화웨이가 미⋅중 무역협상 카드로 부각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다. 지난해 12월 1일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장녀이자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가 이란 제재 위반 혐의 등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된 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기술패권 경쟁으로 부각되는 모습을 보였다. 런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딸은 이 상황에 놓인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며 "두 국가 간 싸움에서 딸은 협상 카드가 됐다"고 말했다.

이 사이 화웨이는 미국 부품에 대한 의존도를 현격하게 줄였다. 미국 부품을 못쓰게 되자 네덜란드 제품이나 자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제재이전에 전력관리칩으로 쓰던 온세미콘덕터라는 미국 기업 부품은 대만의 미디어텍산으로 대체됐다. 안테나 스위치 역시 미국의 스카이웍스를 일본의 무라타가 대신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칩은 미국의 브로드컴이 제공하던 것을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맡았다. 오디오 증폭부품은 미국의 시러스로직에서 네덜란드의 NXP로 교체됐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아이플리틱스(IPlytics)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5G 특허에서도 화웨이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허출원 건수는 3325건을 기록해 유일하게 3000건을 상회했다.

WSJ는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과 거래가 금지된 사이 부품 의존도를 현격히 낮추면서 미국 부품이 없는 스마트폰을 생산할 능력을 갖췄다"며 "미 정부의 조치는 이미 늦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지원받지 못해 해외 시장 진출에 차질을 빚고 있어 하드웨어 대체만으로는 기술자립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런정페이는 최근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앱 없이도 세계 최고의 세계 1등 스마트폰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하는 등 기술자립의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화웨이는 기술자립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 소송도 불사하고 있다. 이미 미국 법무부를 상대로 제소한 화웨이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지난 22일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 연방 정부 지원 보조금을 화웨이 등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결정하는 추가제재를 가하자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WSJ 등이 전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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