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총장, 숨진 수사관 각별히 신임 / ‘친정’ 검찰에 부담줄까 우려한 듯 / “평소 책임감 강해… 부담 컸을 것” / 김태우 “백원우 벌 받는다” 분노
지방선거 개입 의혹을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휘한 이른바 ‘별동대’로 활동하다 숨진 채 발견된 A수사관이 유서에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A수사관은 과거 윤 총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인물로 성실성으로 검찰 내에서 좋은 평가가 많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A수사관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관련해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침통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수사관은 윤 총장이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현 반부패·강력부) 근무 시절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으로 만능 스포츠맨이고 성격도 아주 밝았다는 게 함께 근무한 이들의 전언이다. 주변 수사관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고 업무 집중도가 높았다고 한다. 윤 총장도 이러한 A수사관의 업무 태도를 신임하고 높이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사망한 A수사관이 발견된 서울 서초동의 한 오피스텔 사무실. 뉴스1 |
A수사관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백 전 비서관의 울산지방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보도되면서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보였다. 주변에서는 A수사관이 유서에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이유로, 본인이 백 전 비서관 밑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아는 핵심 당사자인 만큼 자기 죽음으로 검찰 수사가 진실 규명의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몸담았던 친정인 검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받기로 한 당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수사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떠나는 것과 윤 총장과의 인간적 신뢰관계에 대한 미안함이 겹치지 않았겠냐는 관측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A수사관이 윤 총장과 함께 일하며 윤 총장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을 자신도 알고 있었다”며 “책임감이 강했던 A수사관이 자신을 아껴준 윤 총장에게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 미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A수사관이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 6급·7급 실무진에 불과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수사관들을 지켜줘야 한다고 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백 전 비서관을 향한 분노를 쏟아냈다. 김 전 수사관은 “열심히 일한 (하급)직원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처벌받아야 할 것은 부당한 일을 지시하고 시킨 권력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수사관은 “백원우 너희들 벌 받는다”며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끝까지 버틸 거냐”면서 “(A수사관이)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어떻게든 정보 한 건이라도 구해서 보고하려고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너희들이 사람이라면 이 직원을 죽을 때까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며 “잘못한 거 있으면 다 불어”라고 호통쳤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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