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위비 압박으로 탄핵 국면전환·재선 준비
동맹국 프랑스·터키도 분열…마크롱 "나토는 뇌사상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깃발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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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존재론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것을 깨운 가장 큰 원인 제공자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방위비 분담금 나누기 압박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그렇잖아도 있던 회원국 간 균열이 더 커지고 있다. 1949년 냉전시대 소련에 맞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가입하며 집단안보체제로 출범한 나토가 창설 이후 70년 만에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단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4일 이틀간 영국 런던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또다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 흔들리고 있는 나토를 더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방위비를 증액, 오는 2024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로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회원국들의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그는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GDP의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25억달러(약 2조9500억원) 규모의 나토 운영비 분담금을 조정해 미국의 몫을 기존 22%에서 16%까지로 낮췄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눈치보기' 행보를 보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 정부 고위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따라서 이번 나토 정상회의장을 방위비 지출 인상을 압박하는 자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내년 대선을 위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계획이다.
트럼프 선거캠프 보좌관이었던 제이슨 밀러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를 승리로 이끈 것은 당시 공약이었던 미국 우선주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 자신의 강력한 리더십을 일깨워주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세계 무대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현재 민주당 주도 하에 진행되고 있는 탄핵조사로 인해 국내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를 지렛대로 여론의 관심을 해외로 관심을 돌릴 수도 있다. 방위비 부담을 키우면서 말이다. 결국 이러나 저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창설 70주년 기념장을 자신을 위한 장으로 만들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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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최근 프랑스와 터키 등 다른 회원국 간의 분열로 흔들리고 있는 나토를 더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게 할 수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을 거론하며 "나토가 뇌사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당신부터 먼저 뇌사인지 확인해라"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양국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 때문이지만 그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서 시작됐다.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군의 철수 때문이다. 결국 양국 갈등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부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글러스 루트 전 나토주재 미국 대사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시리아의 쿠르드족 전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철군 결정을 내린 것은 나토 동맹국들이 투명하고 신뢰하며 서로 예측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이해관계를 깨뜨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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