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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얼굴없는 천사' 얼굴 드러냈다…5년째 동신대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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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학과 교수들 통사정 끝에 50대 자영업자 신원 밝혀

졸업생들 '사다리 장학회' 만들어 선행 이어가

연합뉴스

동신대 군사학과 학생들
[동신대제공.재배포 및 DB금지]



(나주=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동신대학교 군사학과에 5년째 장학금을 남몰래 기부한 '얼굴없는 천사'가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3일 동신대 군사학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50대 남성이 학과 사무실을 찾아와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모두 250만원을 현금으로 놓고 갔다.

매번 신원을 밝히지 않은 채 "더 좋은 일을 하는 분들도 많다. 부끄럽다. 학생들 장학금으로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군사학과는 '얼굴없는 천사'의 따뜻한 마음을 최대한 많은 학생이 느낄 수 있도록 1인당 10만원씩, 모두 20여 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런 그가 최근 동신대 군사학과 사무실을 찾아 100만원을 장학금으로 건넸다.

그동안 감사한 마음을 전할 길 없었던 군사학과 교수들이 이번에는 이 남성을 그대로 보내지 않았다.

통사정 끝에 알게 된 중년 남성의 정체는 나주 시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58)씨였다.

그동안 군사학과·학군단 체육대회나 행사 때마다 누가 보냈는지 몰랐던 김밥 박스도 학생들을 위한 이씨의 마음이었다.

16년 전 나주에 정착한 이씨는 최근 몇 년간 동신대 군사학과는 물론 지역 중‧고등학교와 시설에 장학금을 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저도 장교 출신이다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우수한 학생들이 힘을 더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동신대 군사학과에 훌륭한 교수님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전국 최고의 군사학과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학금 혜택을 받았던 졸업생들은 '사다리 장학회'를 만들어 이씨의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군사학과 2기 졸업생(올해 졸업)들이 40만원을 걷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1기 졸업생과 내년 졸업을 앞둔 4학년 재학생들도 정기적인 장학금 기부 뜻을 밝히고 있다.

고재휘 동신대 군사학과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장학금을 받았던 졸업생들이 '사다리 장학회'를 만들어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며 "따뜻한 마음을 학생들에게 유산처럼 물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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