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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단독] "조국 비판한 금태섭? 정답은 배은망덕" 정치편향 한문교사 시험문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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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한 고등학교 기말고사에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비판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느꼈을 감정'을 묻는 질문이 출제됐다. 정답은 '배은망덕'이라는 사자성어였다. 야당 의원 아들이 낸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서는 '유구무언'을 정답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정치 편향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교사는 "신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5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전남 여수의 한 고등학교 한문 교사 A씨는 지난 3일 치러진 2학년 기말고사에 현 정부 지지층 시각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제를 다수 출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교사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국 후보자를 향해 공격적으로 쓴소리를 하자 금 의원에게 조 후보자 지지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는 언론 기사를 지문으로 싣고, 조 전 장관의 심경을 사자성어로 물었다. 정답은 '배은망덕'이었다. A교사가 제시한 기사에는 조 전 장관이 금 의원의 서울대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다는 점이 포함돼 있었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도 출제됐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아들 가수 장용준 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는 기사와 장씨가 같은 달 불법유턴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 기사를 지문으로 제시하고, 장 의원의 처지를 사자성어로 물었다. 해당 교사가 의도한 정답은 '유구무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부각하는 질문도 있었다. 한 문제는 '국민 10명 중 8명은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지문으로 제시한 후 '위의 기사에서 알 수 있는 여론이 바라보는 국회의원에 대한 시각으로 가장 적절한 사자성어는 어느 것인가?'라고 물었다. 정답은 '무위도식'이었다.

논란이 된 시험 문제를 출제한 교사는 매일경제와 전화 통화하면서 "학생들이 2022년 대선에는 당장 유권자가 되니 시사에 관심을 가지라는 의도로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문제가 된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며 "충분히 숙고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후회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문제에 분노한 분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책임을 면하고 싶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논란에 대해 사과하면서 해당 교사는 출제 문제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전 장관 편을 들어 시험 문제를 출제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장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과 관련해 문제를 낸 것에 대해서도 "여당 관련 문제만 내면 중립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해 야당의 장 의원 얘기도 실었다. 주관적인 감정으로 시험 문제를 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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