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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중, 미·중 패권 다툼 속 ‘한국 끌어당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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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사드’ 후 첫 방한 왕이에 북핵 해결 역할 당부

한·중 정상화 디딤돌…전문가 “중, 채찍·당근 모두 구사”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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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내년 상반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중관계가 속도감 있게 복원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갈등 이후 처음인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 정상화의 디딤돌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미국과의 장기 패권 다툼에 돌입한 상황에서 한국을 향해 중국 편에 설 것을 주문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방한 중인 왕 국무위원을 접견하고 시 주석의 내년 국빈 방한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외교부도 지난 4일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중국 측이 “내년 상반기 시진핑 주석이 국빈 방문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 방한 문제는 2017년 10월 문 대통령의 국빈 방중 이후부터 논의돼 왔지만 2년이 넘도록 성사되지 않았다. 시 주석 방한 시기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사드 배치 관련 ‘3불 합의’(사드 추가배치, 미사일방어체계 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에도 답보 상태였던 양국 관계가 진전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 방한에 대해 “양측이 다음 단계의 고위층 왕래를 위한 소통을 이어가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왕 국무위원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 북·미 대화 교착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적극적 역할에 나설 경우 ‘연말 시한’을 앞두고 돌파구가 마련될 여지도 있다.

왕 국무위원은 방한 기간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비롯해 공식 석상에서 미국을 겨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 눈길을 모았다. 왕 국무위원은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배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미국 일방주의에 맞선 다자협력 강화나 ‘중국 일대일로와 한국 발전계획의 연결 강화’를 촉구했다. 미·중 경쟁 격화 속에 한국을 끌어당기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왕 국무위원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정·재계 및 학계 인사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 ‘우호인사’ 오찬 기조연설 뒤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만든 것”,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서 (패권주의를) 매일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한국과 관계를 일정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은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왕이 국무위원이 한국을 상대로 ‘채찍과 당근’을 모두 구사했다고 본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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