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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北核 완전폐기 어렵지만 평화체제 구축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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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빈 니블릿 채텀하우스(영국 왕립 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EU를 탈퇴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또한 브렉시트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더라도 영국 경제는 단기적 부침을 겪은 뒤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핵화 협상 결과에 대한 질문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지만, 북한의 최종적 핵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니블릿 소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며 "미래를 위한 딜을 타결하고 브렉시트 후에도 유럽 국가들과 친밀감을 유지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하원에서 EU와 합의한 브렉시트 법안 통과 추진이 연거푸 실패하자 오는 12일 조기총선 카드를 선택했다.

최근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당은 다음달 총선에서 전체 하원 650석 중 359석(55%)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당이 단독 과반을 차지하면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법안 통과가 탄력을 받게 된다.

그는 또 "확률은 낮지만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난다면 영국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어느 쪽의 경우에도 영국 경제는 약 5년 내 단기적 부침을 겪은 뒤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에서 제외되더라도 영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충분히 긍정적 평가를 내릴 만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브렉시트에 관한 공포감은 영국 서비스업을 강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산업연맹(CBI)이 지난달 발표한 서비스업 분기별 조사에서 수익성지수가 2011년 이후 최저치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비스업은 영국 경제 전체에서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니블릿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등의 자국 중심주의 기조가 확산되면서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문제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후변화 등 국제적 협력이 필요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데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들 간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유럽과 한국,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유럽은 생존을 위해 뭉치면서 불확실성을 피하는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주요국이 모두 협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협상의 장기적 결과에 대한 짧은 예상도 내놨다. 니블릿 소장은 "만약 '비핵화'가 완전한 핵 폐기를 의미한다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것을 '실패'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면서 "장기적으로 평화적인 체제 안정과 상호 협력 체계 구축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고, 이것은 충분한 성공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니블릿 소장은 영국 외교 정책과 유럽 정치·경제·안보 전문가다. 미국의 정치, 외교·안보에 대해서도 해박하며 향후 5~10년을 비교적 정확하게 내다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니블릿 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 학위를 딴 뒤 해외 싱크탱크에서 활동하다 2007년 채텀하우스 소장으로 부임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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