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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내년 새로운 쩐의 전쟁… 그 선두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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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화폐가 시범 유통되면서 '캐시리스(cashless·현금 없는)' 시대가 열린다. 세계 곳곳에서 전자 결제 시스템과 블록체인(분산저장)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화폐가 현금을 대체하는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디지털 화폐가 수십 년 기축통화로 글로벌 금융 시장을 장악해온 달러화를 위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징(財經)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내년 상반기 세계 최초로 일부 도시를 거점으로 법정(法定) 디지털 화폐를 시범 운영한다. 유럽도 공공 디지털 화폐 개발을 시작했고, 터키·튀니지·이란 등의 중앙은행도 같은 계획을 내놨다. 디지털 화폐 사용처가 많아질수록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기존 금융 체제에 대한 의존은 크게 줄어든다. 그동안 각국 정부는 기존 금융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디지털 화폐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을 시작으로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서는 국가가 많아지면서, 분위기도 반전됐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국제결제은행(BIS) 사무총장은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설에서 "디지털 화폐 혁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시대가 우리를 추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中 정부 세계 최초 디지털 화폐 발행

'디지털 화폐 혁명'은 중국이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 미국 페이스북은 앞서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발행하겠다고 나섰지만 각국 정부 반대로 주춤한 상태다. 중국은 이 틈을 타 빠르게 디지털 화폐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늦어도 내년 상반기 선전과 쑤저우 등 주요 도시를 시작으로 디지털 화폐 시범 유통에 나설 계획이다.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중국이 처음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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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이징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행하고,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인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과 3대 이동통신사(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가 공동 운영한다. 황치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회장은 지난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포럼에서 "인민은행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이 될 수 있다"며 "디지털 화폐는 본원통화와 유통 중인 현금 일부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디지털 화폐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형 거래 시스템은 향후 중국의 '금융판 일대일로 (一帶一路)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화폐가 중국 내에서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같은 일대일로 협력국으로 사용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협력국을 향한 수조원의 원조나 무역 교역에 기축통화인 달러나 국제 금융기구를 거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위안화를 구심점으로 새로운 금융권이 생겨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5년 뒤 세계는 '디지털 인민폐'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경쟁 동참

세계 각국 중앙은행도 디지털 화폐 개발·발행을 서두르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최근 유로존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의 개발을 공식화했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2020년 1분기 말까지 디지털 화폐 시험 운영을 개시할 계획"이라며 "일단 은행 간 거래에 먼저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은 원래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적대적이었지만 최근 태도를 바꿨다. 최근 로이터가 입수한 유럽중앙은행(ECB) 내부 문건에는 "민간 업계의 효율적인 범유럽 결제 시스템 개발이 부족하다면,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ECB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리브라에 대응해 내년부터 유럽 공공 디지털 화폐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와 튀니지 같은 국가에서도 디지털 화폐 발행 소식이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020년 말까지 디지털 리라화의 발행 준비를 마치고, 이를 이용한 결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북아프리카 국가인 튀니지 역시 러시아의 도움을 받으며 디지털 화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 이란 등이 디지털 화폐에 관심을 갖고 있고, 북한도 자체 디지털 화폐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경쟁에 속도를 내는 것은 당장 매년 화폐를 찍어내고 유통하는 데 드는 천문학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정보를 수천·수만 대의 컴퓨터에 복사해서 저장하기 때문에 해킹과 정보 수정이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돈세탁·불법 자금 거래도 억제할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결제 시스템이 선진적이어서 당장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이유가 없지만, 관련 연구는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디지털화폐

중앙은행이 전자 형태로 발행하는 공식 화폐. 종이나 동전 같은 실체가 없다.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할 디지털화폐는 은행의 자산을 담보로 '1위안=1디지털화폐'의 가치를 유지한다. 기존 금융체제에서 독립된 거래 시스템에서 유통된다.





오로라 기자(auror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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