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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데스크에서] 금융위 침묵에 감춰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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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형석 경제부 차장


"세월호 사태 때 해체된 해경의 전철을 밟게 되는 건 아닐까요…."

"유재수의 전 직책이 금융위원회 국장이 아니라 부산시 부시장으로 보도돼 천만다행이네요."

요즘 금융위원회 내부에선 유재수 사태의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관리감독 책임을 지고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의 하부조직이 됐던 해경처럼 자신들도 소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 위기감을 조성하는 실체는 금융위를 계속 짓누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유 전 국장이 현 청와대 실세들과 논의해 금융위 상임위원과 국장급 고위공무원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 전 국장이 금융사들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은 혐의가 청와대 감찰반에 의해 발각됐지만, 청와대 윗선으로부터 무마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급기야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까지 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유 전 국장을 징계하지 않고 순순히 사직 처리해 직무유기와 직권남용이 적용될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 직원들이 해경 해체를 거론하는 게 과장만은 아닌 듯싶다.

그러나 이런 위기는 금융위가 자초한 측면도 크다. 금융위가 비리 의혹의 몸통인 청와대와 한몸인 양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에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 중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핵심 3인방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하다.

금융위도 "유 전 국장의 개인 비위이고 검찰 수사 사안"이라며 모르쇠로 일관 중이다. 최근 국회가 금융위원장 표창장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금융위는 "검찰 수사 중"이라며 거부했다. 검찰은 유 전 국장이 뇌물을 받은 업체들에 금융위원장 표창이 수여되도록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적 기금들이 해당 업체들에 수백억원씩 투자한 배경에도 유 전 국장이 있었다는 진술이 나온다. 서로 호형호제할 정도로 조직문화가 동질적인 금융위는 일부 직원이 유 전 국장과 어울려 해당 업체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고도 전해진다. 이러니 금융위가 청와대와 입을 맞추고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자연스레 드는 것이다.

금융위는 우리나라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이라는 두 개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 금융위는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신뢰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유재수 사태에 대한 금융위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그 침묵 뒤에 정말 무엇이 감춰져 있는 것인지 의혹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최형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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