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오염정화 비용' 책임 놓고 이견…반환 지연돼 개발 차질·오염확산 우려도
정화비용 일단 한국이 부담하되 계속 협의…방위비협상서 韓기여 강조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정부가 11일 미국과 오염정화 비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반환이 미뤄져 온 주한미군 기지 4곳을 즉시 돌려받기로 한 것은 반환 지연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돌려받는 주한미군 기지 4곳은 원주 캠프 롱(2010년 6월·이하 폐쇄 시기)과 캠프 이글(2009년 3월), 부평 캠프 마켓(2011년 7월), 동두천 캠프 호비 사격장(2011년 10월) 등이다.
이들 기지는 이미 오래전 주한미군이 떠났음에도 오염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계속돼 반환은 미뤄져 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의 오염 책임 문제 협의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지 반환 문제는 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우리가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뒤 추후 미국과의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면 비용을 정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선 정부가 미국과 진행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기지 반환을 서둘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韓 "사용자인 美가 정화 비용 책임"·美 "책임 기준에 못 미쳐" 맞서와
캠프 마켓의 경우 2017년 정부 조사 결과 33개 조사지점 중 7개 지점의 토양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류가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 허용 기준인 1천pg(피코그램·1조분의 1g)을 초과했으며, 최고 농도는 기준치의 10배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미군은 자신들에게 오염 정화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전 세계에 적용되는 미 국방부 지침에는 기지이전시 '미국은 밝혀진(known), 급박한(imminent), 실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한(substantial endangerments to human health) 요소를 치유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 80곳의 반환대상 기지 중 이미 반환받은 54곳 중에서도 오염 문제가 불거진 곳들이 많았지만, 미군이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과 오염책임 문제와 관련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기지에 환경오염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는 미국이 책임져야 하는 환경오염 수치의 객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가 오염 정화의 책임을 놓고 맞서는 사이 기지 반환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지역사회에게 돌아갔다.
이들 부지는 도심 노른자 지역에 있는데 개발 지연으로 지역사회 발전이 더뎌졌고, 땅값은 계속 올라 당초 계획했던 지자체의 매입 예산을 크게 웃돌게 됐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조기반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 정화에 따른 편익, 공원·공공시설로 이용해서 누리는 편익 등이 발생한다"며 "편익 발생 시점이 10년 뒤로 미뤄지면 그 편익은 대략 40% 가까이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오염 정화작업이 지연되면서 오염이 확산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광수 원주시 부시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캠프 롱'의 경우 "2017년도 환경오염도 조사 결과, 5년 전보다 아연이 3배 증가했고 카드뮴은 기준치 22배를 넘는 양이 새로 검출됐다"면서 조기 반환을 촉구했다.
정부는 "반환 지연에 따른 오염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 방위비협상서 '한국의 동맹기여' 사례로 강조…직접 포함은 힘들듯
일각에서는 정부가 4개 폐쇄 미군기지의 반환을 서두른 데는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어느 정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미는 지난 9월부터 내년 이후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한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에 강해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한국이 우선 부담할 오염정화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에 포함한다면 총액을 부풀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런 관측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환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는 미국에 비용 부담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방위비협상에서 현행 SMA에서 다루는 ▲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 ▲ 군수지원비 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SMA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 오염정화 비용을 방위비에 끼워 넣으려 하다가는 자칫 우리의 논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염정화 비용도 우리가 먼저 부담했다'고 강조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비용을 직접적으로 분담금에 포함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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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기지 반환 관련 정부합동발표 하는 임찬우 단장 |
이번에 돌려받는 주한미군 기지 4곳은 원주 캠프 롱(2010년 6월·이하 폐쇄 시기)과 캠프 이글(2009년 3월), 부평 캠프 마켓(2011년 7월), 동두천 캠프 호비 사격장(2011년 10월) 등이다.
이들 기지는 이미 오래전 주한미군이 떠났음에도 오염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놓고 한미 간 이견이 계속돼 반환은 미뤄져 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떠안아야 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의 오염 책임 문제 협의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반면, 기지 반환 문제는 보다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우리가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뒤 추후 미국과의 관련 협의가 마무리되면 비용을 정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은 그간 해외 주둔 미군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전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결국은 주한미군으로 생긴 환경 오염을 국민의 세금으로 치유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에선 정부가 미국과 진행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기지 반환을 서둘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임찬우 단장, 주한미군기지 반환 관련 정부합동발표 |
◇ 韓 "사용자인 美가 정화 비용 책임"·美 "책임 기준에 못 미쳐" 맞서와
정부는 그간 일부 주한미군 기지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며 기지를 사용해 온 미군이 정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캠프 마켓의 경우 2017년 정부 조사 결과 33개 조사지점 중 7개 지점의 토양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류가 독일과 일본 등 선진국 허용 기준인 1천pg(피코그램·1조분의 1g)을 초과했으며, 최고 농도는 기준치의 10배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미군은 자신들에게 오염 정화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전 세계에 적용되는 미 국방부 지침에는 기지이전시 '미국은 밝혀진(known), 급박한(imminent), 실질적으로 인체에 유해한(substantial endangerments to human health) 요소를 치유한다'고 돼 있는데,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측은 '지금껏 기지에 근무했던 장병들에게서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 80곳의 반환대상 기지 중 이미 반환받은 54곳 중에서도 오염 문제가 불거진 곳들이 많았지만, 미군이 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앞으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과 오염책임 문제와 관련한 협의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도 기지에 환경오염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신들이 책임져야 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는 미국이 책임져야 하는 환경오염 수치의 객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기지 이전 지연으로 해당지역 개발계획 차질·오염확산 우려도
이처럼 한미가 오염 정화의 책임을 놓고 맞서는 사이 기지 반환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지역사회에게 돌아갔다.
이들 부지는 도심 노른자 지역에 있는데 개발 지연으로 지역사회 발전이 더뎌졌고, 땅값은 계속 올라 당초 계획했던 지자체의 매입 예산을 크게 웃돌게 됐다.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조기반환'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했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 정화에 따른 편익, 공원·공공시설로 이용해서 누리는 편익 등이 발생한다"며 "편익 발생 시점이 10년 뒤로 미뤄지면 그 편익은 대략 40% 가까이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오염 정화작업이 지연되면서 오염이 확산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김광수 원주시 부시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캠프 롱'의 경우 "2017년도 환경오염도 조사 결과, 5년 전보다 아연이 3배 증가했고 카드뮴은 기준치 22배를 넘는 양이 새로 검출됐다"면서 조기 반환을 촉구했다.
정부는 "반환 지연에 따른 오염확산 가능성과 개발계획 차질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지역에서 조기 반환 요청이 끊임없이 제기된 상황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기지 반환 관련 정부합동발표 하는 임찬우 단장 |
◇ 방위비협상서 '한국의 동맹기여' 사례로 강조…직접 포함은 힘들듯
일각에서는 정부가 4개 폐쇄 미군기지의 반환을 서두른 데는 난항을 겪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어느 정도 염두에 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미는 지난 9월부터 내년 이후 적용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요구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한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에 강해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그렇다 보니 한국이 우선 부담할 오염정화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에 포함한다면 총액을 부풀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런 관측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반환 기지의 오염정화 비용을 부담한 적이 없는 미국에 비용 부담을 관철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방위비협상에서 현행 SMA에서 다루는 ▲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 군사건설비 ▲ 군수지원비 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지원 비용,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SMA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 오염정화 비용을 방위비에 끼워 넣으려 하다가는 자칫 우리의 논리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염정화 비용도 우리가 먼저 부담했다'고 강조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비용을 직접적으로 분담금에 포함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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