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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레이더P] 봉쇄조항 3%→5% 조짐…민감한 이해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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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편안의 핵심은 '다양성' 보장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사표를 방지하고 국민이 더욱 다층적으로 대표 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안의 본회의 표결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는 타협안이 제시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위한 최소 정당 득표율(봉쇄조항)'을 3%에서 5%로 상향하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3%의 정당득표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최소 80만표에 가까운 득표를 해야 한다. 5%로 상향할 경우 최소 130만표가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해선 매우 견고한 장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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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관영 최고위원(왼쪽부터), 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박주현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4+1 선거법 협의체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김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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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 이해관계…손해 볼 것 없는 정의당

민주당의 진입장벽 상향 명분은 '극단적 정파성'을 갖춘 정당의 난립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면에는 거대양당의 비례대표 의석 배분 확대라는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할 정당이 적어질수록 각자 나눠 받게 되는 의석수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을 선거제 개편안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에 이어 최근 '4+1 협의체'에서도 최소정당 득표율 상향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확대 과정에서 우리공화당의 진입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봉쇄조항을 더욱 상향시켜 줌으로써 한국당을 협상에 참여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반대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의당에도 타협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정의당 입장에서 봉쇄조항 상향이 손해 볼 것 없기 때문이다. 민중당·녹색당 등 여타 진보정당이 배제될수록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더 크게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4+1 협의체에서 다른 정당들은 5% 상향에서 타협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정의당만큼은 완강하게 3%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 역시 봉쇄조항 5% 상향을 두고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지지율 1~3%를 벗어나지 못하는 평화당으로선 5% 적용 시 선거제 개편으로 인한 추가 의석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원외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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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 봉쇄조항 하향 요구 4개 정당 긴급기자회견이 4월 23일 오후 국회 앞에서 민중당, 노동당, 녹색당, 미래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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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섭단체 정당들은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일 미래당·녹색당·노동당·민중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선거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임박했지만 민주당에서 봉쇄조항을 3%에서 5%로 올리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면서 "이는 △비례성 △대표성 △다양성을 보장하려는 선거제 개정안의 원래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의 정치는 우리나라보다 △복지 △노동 △교육 △인권 등 여러 측면에서 나은 정책을 만들고 국민들 삶의 질도 높다"고 주장하면서 "그 비결은 봉쇄조항이 없거나 낮아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표명했다.

또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봉쇄조항 상향 조정이 아닌 봉쇄조항을 폐지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자기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몇 자리를 보장받기 위한 봉쇄조항 상향 조정 논의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만약 이런 식의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4개 정당은 항의를 공동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전화통화에서 "지금도 반쪽짜리 연동형인데 연동비율을 더 낮추려고 한다"면서 "이 와중에 진입장벽마저 높인다면 민심을 공정하게 반영한다는 선거제도 개혁의 근본 취지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에선 '진입장벽' 낮아

대표적인 비례대표제 국가인 네덜란드는 봉쇄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덴마크의 경우 봉쇄조항이 2%로 돼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하고 있는 독일은 5% 진입장벽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준연동형'이 아니라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취하는 국가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셈으로 우리나라와는 실정이 다르다.

또 독일은 연방의회나 유럽의회 선거에서 0.5%를 얻으면 원외정당에도 국고보조금을 득표수에 따라 지급한다. 봉쇄조항은 높지만, 국고보조금 배분기준은 그것의 10분의 1로 낮춰서 새로운 정당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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