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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미군기지 오염 정화비용 1천억 공방…일단 한국이 先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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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1일 열린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 합동위원회(합동위)에서 미군 측이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부평·동두천 등에 있는 미군기지 4개를 한국에 즉시 반환하기로 합의했으나 향후 환경오염에 따른 정화 책임을 둘러싼 한미 간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선 반환, 후 협의'를 통해 일단 오염된 기지에 대해 정화 작업을 실시하기로 했지만 우선적으로 우리 정부가 비용을 대기로 하면서 향후 협의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정화 비용 전부를 덤터기 쓸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주한미군 기지 반환과 관련해 한미는 그동안 합동실무단을 꾸려 협의를 이어왔지만, 환경비용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 정부와 국내 환경단체는 '오염자 부담 원칙'을 내세우면서 미군이 정화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미군 측은 미군이 사용하던 시설을 반환할 때 원상 회복 의무가 없다는 SOFA 조항 등 논리로 환경오염 정화비용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해왔다. 또 전 세계 미군 주둔지 어디에서도 정화비용을 부담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미군이 자국 법률상 환경오염 보상 기준인 'KISE'(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로 보상 기준을 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그간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과 가족이 별다른 문제 없이 생활해왔기 때문에 해당 기지에서 KISE에 해당하는 피해는 없다는 게 미군 측 주장이다. 그러는 사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미군기지 반환 시기가 늦춰질수록 반환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정부는 미군 측과 우선 기지를 반환받는 데 합의했다. 장기화할 수 있는 정화비용 책임 공방은 향후 별도 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원주·부평·동두천에 있는 4개 기지에 대해 우선적으로 반환이 결정된 것은 이미 오래전에 폐쇄된 채 수년간 방치돼 왔기 때문이다. 원주 소재 캠프 이글은 10년 전 폐쇄된 후 평택으로 이전했다. 부평에 있는 캠프 마켓과 동두천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역시 2011년 이전이 완료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군기지 4곳에 대한 오염 정화비용은 1100억원대로 추산된다. 4개 기지에 대해 정부는 바로 정화작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비용의 대부분을 한국이 부담할 수도 있지만, 정부는 미군기지의 조기 반환이 지역 경제와 주민 편익을 증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4개 기지에 대해 최대 3년 정도로 예상되는 오염 정화작업이 마무리되면 해당 지자체가 매입하거나 우리 군이 사용하게 된다.

4개 기지가 반환되면서 나머지 22개 기지 반환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동두천 소재 캠프 케이시는 주한미군기지 중 최대 규모(1414만㎡)로, 현재 일부 폐쇄된 지역에 대해서만 반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한미군은 11일 자료를 내고 "오늘부로 대한민국 정부로 기지 4곳의 최종적인 반환이 완료됐다"며 "2015년 이래 대한민국에 반환되는 (기지의) 최대 규모다. 향후 추가로 13개 미군기지가 비워지고 폐쇄돼 한국 측에 반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경기·강원 등 지자체가 지역 개발에 사활을 걸면서 미군기지 반환을 촉구하고 있어 비슷한 사정의 다른 기지들도 반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합동위에서 한미 양측은 용산기지에 대한 반환 절차도 개시하기로 했다. 용산기지 역시 다른 기지들처럼 한미 양측이 반환 계획 수립 이후 환경조사와 환경협의 절차를 거치게 될 예정이다. 용산기지에 대한 정화비용은 아직 공식 조사치가 나온 적 없지만, 기지 규모 등을 놓고 볼 때 다른 기지들보다 훨씬 큰 수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박만원 기자 /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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