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6 (일)

"작업할때 유튜브 왜 못보냐"…노조가 반발하자 현대차 협상 나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현대차 울산공장 와이파이 사용 제한 논란이 사흘 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노사 합의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던 현대차 노조가 특근 거부를 철회했고, 사측은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접속시한 제한을 유보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현대차의 웃지 못할 현실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현대차 노사는 오는 20일까지 와이파이 접속 제한을 두고 다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만약 합의가 불발된다면 사태는 다시 악화될 수도 있다.

11일 현대자동차 노사는 긴급 운영위원회를 열고 와이파이 운영시간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협의를 완료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오는 20일까지 와이파이 접속시한 제한 조치를 유보하고 노조는 14일 특근 거부를 철회하기로 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일 현대차 울산공장 와이파이 접속시한 제한 조치에서 비롯됐다. 사측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울산공장 생산라인에 무료로 제공되는 범용 와이파이 접속을 근무시간 외로 제한했다. 작업 중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면 사고 위험이 발생하고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2011년 노사 합의로 설치된 와이파이는 8년간 전일 사용해 왔고 이를 제한하는 것은 노사 합의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날인 10일 현대차 노조 측은 입장문을 내고 "사측은 노조에 와이파이 일방변경 공문과 안전교육 일방시행 공문을 발송했다"며 "일방통행식 현장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원상 회복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매일경제

현대차 생산라인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의 업무 행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울산공장 내 일부 근로자들은 한 번에 자동차 5~6대의 부품을 빠르게 조립해 쉴 시간을 만들거나(내려치기) 동영상을 보면서 지나간 5~6대를 뒤에 있는 차부터 앞차까지 빠르게 조립해(올려치기) 여유 시간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간에 범용 와이파이를 이용해 휴대전화로 영화나 축구 등 동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작업 방식이 가능한 것은 생산라인 내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느리고 작업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위험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 도요타자동차 관계자들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근로자들이 만화로 된 (업무) 매뉴얼을 보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며 "작업 중 동영상 시청을 보편화할 수 없지만 노동윤리적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역시 2011년 노사 합의로 범용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이를 협의 없이 철회하면서 비난을 초래했다. 현재 주요 완성차 업체 공장에는 이러한 범용 와이파이가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 기아차 화성공장은 생산라인 외에 휴게공간 등에만 와이파이를 부분적으로 설치했고, 한국GM은 범용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고 작업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공장 역시 범용 와이파이가 없다. 심지어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작업장 내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고 이를 개인 사물함에 보관하도록 한다.

다만 와이파이와 관련해 특근 거부 방침에 대해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노조 게시판에는 '와이파이 끊는다고 특근 거부하는 것이 옳은가' '와이파이 특근 거부 기가 찬다'는 글이 올라오며 불만이 표출됐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박윤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