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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용산만 정화비 최소 1천억인데…미국 ‘책임 회피’로 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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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 시동

한·미 2004년 이전협정 체결 뒤

15년만에 반환절차 돌입했지만

전시작전권 전환과 맞물려 있는

한미연합사 남아있어 지연 예상

미, 핵심 문제인 오염정화 비용

‘가능성에 대한 협의’ 미온 태도

일본·독일에선 비용 부담 안해

녹색연합 “면죄부 협상 철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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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11일 용산 미군기지 반환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우리 근대사에서 100년 넘게 외국군이 주둔했던 용산이 온전히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첫발을 떼게 됐다. 한·미가 2004년 “서울지역으로부터 유엔사·연합사 및 주한미군사의 이전을 완료하는 데 필요한 원칙·일정 및 이행 절차를 정한” 이른바 ‘용산기지 이전 협정’(YRP)을 체결한 지 15년 만이다.

한·미의 이번 결정으로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용산 공원화’ 계획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올해부터 용산기지 일대 토양에 대한 정화작업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반환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진전을 보지 못했다. 용산 공원화는 2005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공원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새로운 용산’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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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용산기지에는 한미연합사와 미군들의 숙소로 쓰이는 드래곤힐 호텔 정도가 남아 있다. 주한미군사는 지난해 6월, 미8군사는 그보다 1년 정도 앞선 2017년 7월 평택기지로 옮아갔다. 용산기지 이전 협정에 따르면 2008년 12월31일까지 유엔사·연합사 및 주한미군사 이전을 완료하게 돼 있으나, 한미연합사의 위치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10년 넘게 지연됐다. 한미연합사 이전은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맞물려 있다.

한·미가 용산기지 반환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실제 반환까지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찮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소파)을 보면, 시설구역분과위원회 시설 및 면적 조사, 환경분과위원회의 환경평가, 합동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반환이 완료된다. 핵심은 환경평가다. 여기서 오염 정화 책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합동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기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온 미국의 지금까지 태도에 비춰 보면 순조로운 합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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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는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미국의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시설과 구역을 반환할 때 제공되었던 당시의 상태로 원상회복하여야 할 의무를 지지 아니하며, 대한민국 정부에 보상하여야 할 의무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있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있다. 미국은 실제로 독일, 일본 등지에서도 미군기지를 돌려주면서 오염 정화 비용을 일절 부담하지 않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1년 이런 규정이 미군의 오염 정화 의무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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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이에 따라 2001년 소파의 부속 문서로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를 채택했으나, 오염 정도에 대한 평가 기준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환경양해각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에 대해서만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은 위험의 정도를 등급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미국은 “지금껏 기지에 근무했던 장병들에게서 특별히 급박한 건강상 문제는 없었다”며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는 이번에 미군기지 반환을 결정하면서 소파 관련 문서 개정 가능성에 대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가능성에 대한 협의’라는 표현에서 미국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음을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오염 정화 책임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결국 미군기지 오염을 세금으로 치유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용산기지 정화 비용을 1000억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환경단체는 1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어 “오염 정화 없는 미군기지 반환은 있을 수 없다”며 “정부는 미군에 면죄부를 주는 협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유강문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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