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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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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클라우드 수요 꿈틀···삼성전자 '낸드 대륙 정복' 액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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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中 시안공장에 9.4조 추가투자

메모리 반도체 수요 확대 대응

초격차 전략으로 '주도권 다지기'

일각선 '치킨 게임 번지나' 우려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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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투자 확대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1위를 수성한 원동력인 ‘초격차’ 전략의 일환이다.

낸드플래시(128Gb MLC 기준) 1개당 가격은 지난 5월 손익분기점(BEP) 이하인 3.93달러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가격도 4.31달러로 여전히 바닥권에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향후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비해 발 빠른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과 PC·서버 등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 쓰인다.

특히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에서 압도적 기술력과 원가 경쟁력으로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12일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3·4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3.5%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키오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점유율이 18.7%인 것을 감안하면 2배가량 차이가 난다. 문제는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직전 분기 대비 1.4%포인트 감소한 반면 키오시아의 점유율은 0.6%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이다. 특히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인텔이 직전 분기 대비 2.2%포인트 상승한 10.9%의 점유율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5위에 오르는 등 하위권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론’이 나오는 상황 속에서도 미래 시장 확대에 대비한 투자 확대라는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삼성의 주된 시장인 중국에서의 최근 매출 추이는 삼성전자의 시름을 깊게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등은 현지 업체에 밀려 수익을 내지 못하며 반도체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올 3·4분기까지 중국에서 거둔 매출은 반도체 가격 하락의 여파로 28조3,1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43조3,811억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4%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보다 크게 떨어지는 등 중국 시장에서 매출 회복이 절실하다.

중국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을 육성해 낸드플래시 자급률을 높이려는 것 또한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이다.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는 올 1·4분기 웨이퍼 입고 기준으로 월 5,000장 규모의 64단 3D 낸드플래시를 양산 중이다. YMTC는 내년 연말까지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월 6만장 규모로 확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6세대 낸드플래시와 비교해 기술력이 3~4년가량 뒤지지만 PC나 일부 보급형 제품의 낸드플래시 수요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YMTC는 또 내년부터 128단 낸드플래시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라 실제 양산에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의 중국 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투자 확대는 향후 수요 확대에 대한 자신감 때문으로 보인다. 5세대(5G)의 본격적인 상용화로 고용량 데이터가 보다 많이 생산될 경우 이를 저장할 낸드플래시 수요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박람회(CES)는 8K 서비스를 놓고 TV 및 콘텐츠 업체들이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수요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내년 하반기 인텔이 서버용 CPU인 ‘아이스레이크’를 내놓을 경우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3·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공격적 투자로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올 4·4분기 시설투자액(12조2,000억원)의 상당 부분은 메모리 인프라 관련 부문에 집행될 것”이라며 올해 전년 수준인 29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의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자랑하는 D램 시장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6개 업체가 과점하는 형태다. 원가 경쟁력이 가장 높은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양산에 시동을 걸 경우 경쟁력이 낮은 업체는 수년 전 D램 시장에서 엘피다메모리처럼 퇴출될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올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독려 외에도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라는 중국을 잡기 위해서는 공격적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년 반도체 가격 회복 시점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진짜 실력’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양철민·변수연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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