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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꽉 막힌 북미 대화 속 美 비건 방한…北 최선희 판문점 만남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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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대북특별대표 15~17일 방한, 판문점 북미 접촉 모색 중인 듯 전략연 "북한, 협상 결렬 책임 피하기 위해 비건 요청에 응할 수도 있어"

‘연말시한’을 앞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갈등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등 군사적 도발도 언급해 북·미 대화의 판이 이미 깨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북·미 대화가 진전보다는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겸 국무부 부장관 지정자가 15일 한국을 방문한다.

앞서 판문점을 홀로 찾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반전을 이끌었던 비건 대표가 이번에도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놓고, 북·미 대화의 극적 재개를 이뤄낼지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15일부터 17일까지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반도 정세에 관련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오는 16일 열리는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양측 수석대표는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한미 수석대표는 올해에만 총 30여차례에 만나 한반도 정세 문제를 협의했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판문점에서 북측과의 접촉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은 북한이 비건 대표의 만남 요청이 있다면 일단은 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수형 전략연 학술협력실장은 이날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 INSS 콘퍼런스’에서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깼다는 책임을 회피하고자 비건이 요청에 응할 것”이라며 “비건의 방한 목적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의 방한 목적을 교착국면 해소, 한·미 공조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 전달 등으로 분류했다.

이 실장은 “2018년부터 이어진 북·미 비핵화 프로세스의 판을 깨게 되면 이에 대한 책임 소재가 나온다”며 “북측에 만나자는 제스처를 취하는 데도 북한이 이것마저 거부하면 비핵화 협상 결렬 책임이 북한 쪽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깼다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비건 대표의 만남 요청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또 만약 판문점에서의 북·미 만남이 이뤄지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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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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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북·미 간 만남이 이뤄져도 비핵화 협상의 ‘극적인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상응 조치로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 실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설전의 핵심은 비핵화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을 바꾸라는 것. 즉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아직 ‘새로운 셈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부연했다.

비건 대표의 이번 방한 목적을 ‘상황관리’로 보고, 비핵화 판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최용환 전략연 안보전략연구실장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대내적 상황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북·미 실무회담 대신 정상회담과 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원했지만,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에서는 줄 수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실장은 “미국은 북한과 일정을 잡아 나가면서 그 속에서 북한을 설득하려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협상을 끌고 가고 싶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려면 (미국이) 이점을 줘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수호 전략연 북한연구실장은 “개인적으로 북·미 사이에 핵을 갖고 구체적인 협상을 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고 지적, 북·미 대화 재개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 요구했던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전개 중지, 제재 완화 등에 대해 (미국이) 일단 좀 참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를 근거로 비건 대표도 한국에 와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셈법’ 보다는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북측의 양보만 요구할 것으로 보여, 북한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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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13일 서울 더플라자 그랜드볼룸에서 '2019 INSS 콘퍼러스'를 개최, '2019년 정세평가와 2020년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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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ajuchi@ajunews.com

정혜인 ajuc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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