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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쉿! 지리산에서 겨울잠 자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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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중 '야호' 외치면 잠 깰수있어

국립공원공단, 등산객 주의 당부

조선일보

"이곳은 반달가슴곰 서식지입니다. 곰과 마주칠 수 있습니다."

최근 지리산과 수도산 일대에서 이런 문구가 쓰인 현수막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수막에는 반달곰〈사진〉을 피하는 요령도 적혀 있다. '곰의 흔적을 발견하면 즉시 자리를 피하세요' '종 또는 방울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세요' 등이다.

멸종 위기 반달곰 복원 계획에 따라 2004년 지리산에 반달곰을 방사했는데, 점차 서식 반경이 넓어지면서 등산객들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달곰은 다 자라면 키가 2m나 되는 맹수다. 사람을 거의 공격하지 않지만, 마주치면 위험하다. 멸종 위기여서 보호해야 하는 야생 생물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반달곰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리산에는 78마리가 서식하는 게 적정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미 63마리가 있다. 반달곰의 출산과 수명 등을 고려할 때 2027년 이전에 100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서식 반경은 지리산을 벗어나 넓어지고 있다. 자발적으로 수도산에 새로운 서식지를 꾸린 반달곰 '오삼이'가 있고, 덕유산 일대에서도 지난달 새로운 반달곰 1마리가 발견됐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현재 반달곰들은 대부분 바위굴, 나무 그루터기 아래 등을 찾아 겨울잠 준비에 들어갔거나, 이미 겨울잠을 시작했다. 김정진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 팀장은 "정해진 탐방로를 따라 다니면 반달곰과 마주칠 가능성이 극히 작지만, 동면 준비에 들어간 곰을 자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상사를 피하려면 단독 산행보다는 2인 이상이 동행하는 게 좋다. 특히 등산 중 '야호'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반달곰이 소리에 놀라 동면에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잠 중에 깨어난 반달곰은 에너지가 모자란 상태에서 돌아다니다가 탈진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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