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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핀란드 '34세 여성' 총리? "나이·성별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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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15세부터 정치활동 가능한 나라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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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 마린 핀란드 신임 총리가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 참석했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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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현지시간) 핀란드 산나 마린 신임 총리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34세 현역 총리로는 나이가 가장 어리고 여성이어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외신이 헤드라인에 나이와 성별을 강조해 보도했다. 앞서 41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47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비교적 젊은 리더가 탄생했을 때도 비슷했다.

그러나 핀란드의 정치 지형과 문화 속에선 '34세' '여성' 총리의 등장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핀란드 국회의원 평균연령은 47세. 평균 55.5세인 우리 국회와 비교해 9년 가까이 젊다. 젊은 국회의 배경엔 청소년기부터 정치 활동을 시작하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

핀란드는 18세 이상의 시민에게 투표권과 피선거권을 동시에 부여한다. 15세부터는 법적으로 정당 선거에 참여하는 등 정치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선거기간 초·중·고교에서는 실제 후보들을 놓고 ‘모의 투표’를 실시한다. 또 대부분 지자체는 13~18세 사이의 청소년으로 구성되는 ‘젊은 의회’를 꾸려 이들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한다.

이 때문에 핀란드에선 고등학교와 대학교 재학 중에 지방의원에 출마해 당선되는 정치인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대한 교육을 받고 실제로 참여하다 보니 ‘젊은이들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길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마린 신임 총리는 2012년 27세 나이로 시의원에 선출됐고, 2015년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의회에 들어갔다. 지난 6월부터는 교통-커뮤니케이션 장관으로 일했다. 여당인 사회민주당과 중도당, 녹색당, 좌파연합, 국민당 등 5개 연립 정당의 당수 가운데 3명이 35세 미만이다. 2007년에도 36세 남성 총리를 배출하기도 했다.

핀란드가 채택한 100% 비례대표제 선거방식도 청년에게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기존에 쌓아놓은 정치적 기반이 적거나 없어도 정당 득표에 따라 당선될 수 있다. 나이나 성별, 이력보다 정치적 신념과 정책 등 정치인으로서 ‘뭘 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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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신임 총리와 핀란드 새 내각 19개 부처 중 13개 장관들/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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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지수 세계 4위인 핀란드 사회문화는 정치에서도 드러난다. 국회 200석 중 여성이 47%(92석)를 차지한다. 한국은 17%(300석 중 51명)다. 핀란드 여당 사민당과 연립하는 4당 당수 모두 여성이다. 핀란드의 세 번째 여성 총리인 마린은 19개 부처 중 12개에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1926년 핀란드 최초 여성 국회의원 19명이 탄생했고, 그중에서도 의원으로 38년을 지낸 상징적인 인물 미나 실란패 등장 이후 여성 정치 참여는 계속 증가했다. 2000년 타르냐 할로넨이 핀란드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야마다 킨고 일본 도카이 대학 북유럽학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핀란드는 남녀평등에 대한 의식이 널리 확립됐기 때문에 비례대표 ‘쿼터제’라는 제도적 도움 없이도 여성이 의석 50%가량 당선된다”고 설명했다.

마린 총리는 현지 언론 헬싱키사노마트에 “미디어는 나이와 성별을 부각하려 하지만 중요한 건 뭘 하느냐이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날 기자회견에서 “나는 내 나이와 성별에 대해 결코 생각해본 적 없다”며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핀란드의 올해 투표율은 약 73%로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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