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넘기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美서도 트럼프 정부 협상 태도 불만 여론 확산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7일 서울 동대문구 국방연구원에서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5차 회의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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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5차 회의가 17일 서울에서 시작됐다. 이미 연내 타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타결을 위해 협상 테이블은 다시 차렸지만 한미 양국 모두에서 이번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태도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미 의회조사국(CRS)이 최근 발행한 '한미동맹: 의회를 위한 쟁점' 보고서(U.S.-South Korea Alliance: Issues for Congress)는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을 비롯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도발 위협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의회조사국의 아시아 문제 전문가 에마 챈럿 에이버리는 "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기적 언급과 동맹의 가치에 대한 비판은 미국의 안보 약속에 대한 한국의 의심을 더 광범위하게 키웠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한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거의 70%의 한국인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방위비를 더 지불하는 데 반대한다는 결과를 소개하면서 "미군 주둔에 대한 대중적 지지의 하락은 동맹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여론조사 전문 싱크탱크인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으로 한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해 16일(현지시간) 발표한 결과도 비슷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한미동맹을 지지한다고 답했지만 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94%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보고서는 이어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이나 전면 철수는 이 지역에서 미군 주둔을 재편하고 일본을 주요한 미군 주둔지로서 홀로 남게 할 것"이라며 "미국의 동맹을 낡고 역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오랫동안 비판해온 중국과 러시아가 미군 감축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동맹에 대한 지지는 초당적이고 의회 다수는 그 지역의 군사력 구조에 주요한 변화를 만들려는 대통령의 능력을 저지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의회 분위기를 전했다.
브루크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과 수 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이날 '트럼프 정부가 아시아의 핵심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LA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태도를 지적했다. 이들은 한국에 대해 기존 대비 5배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상황을 상기시키며 한국이 안보 무임 승차국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수치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저자들은 미국의 한국전 참전과 한국의 베트남, 이라크 파병을 예로 들며 동맹은 돈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현 상황은 극히 이상하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지금은 돈 문제로 실랑이를 할 때가 아니라 어깨를 마주하며 함께 가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고문은 "주한미군의 슬로건은 '같이 갑시다'이지 '충분히 돈을 지불하면 같이 갈 수 있다'가 아니다"고 일침을 놓았다.
한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각각 이끄는 양국 협상팀은 이날 오전 10시37분부터 동대문구 청량리동 한국국방연구원에서 비공개 회의를 시작했다. 현 10차 협정의 유효기간은 오는 31일까지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회의까지 큰 틀에서 입장 변화가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상대 입장을 이해하는 공간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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