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점심시간에 센트럴 황후황 광장에 모인 홍콩 반정부 시위대.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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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정부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경찰이 100억원이 넘는 시위대의 돈줄을 동결했다. 이는 내년 1월 1일 대규모 집회를 앞두고 또 다른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전날 홍콩 경찰은 시위 자금을 지원해온 '스파크얼라이언스'의 자금 약 7000만홍콩달러(약 104억원)를 동결하고 단체 관계자 4명을 돈세탁 등 혐의로 체포했다.
스파크얼라이언스는 지난 2016년 몽콕 폭동 때 체포된 활동가를 지원하며 시작된 단체로, 시위 체포자에 대한 의료·법률 지원 등을 제공해왔다. 지난 6개월 동안 크라우드소싱으로 모금한 돈은 약 8000만홍콩달러(119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경찰은 단체가 기금의 상당 부분을 개인보험에 투자하거나 시위 동원을 위해 10대 수십명에게 각각 수천 달러를 지급하는 등 돈세탁 및 불법 활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파크 얼라이언스 측은 경찰이 주장하는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홍콩에서 돈세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14년 징역형과 500만홍콩달러(약 7억4500만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번 조치에 반발해 홍콩시민 100여명은 지난 20일 점심 센트럴의 황후상 광장에 모여 스파크얼라이언스 지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시위 자금이 불법으로 쓰였다는 경찰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라며 "경찰은 시위대를 무차별적으로 체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영국 대형은행 HSBC(홍콩상하이은행)에 대한 불매운동 제안까지 나왔다. 앞서 지난달 HSBC는 스파크얼라이언스의 활동이 원래 밝힌 목적과 다르다며 이 단체의 계좌를 정지했다. 이후 SNS 등에서는 "HSBC의 투자상품 구매를 모두 중단할 것", "(HSBC는) 시위대의 공격을 조심해라"라며 HSBC에 대한 공격이 쏟아져나왔다. 수익의 90% 이상이 아시아에서 나오며, 홍콩 소액 은행 업무의 40%를 담당하는 HSBC로서는 불매운동이 진행된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HSBC 측은 "계좌를 정지한 행위는 경찰의 (스파크얼라이언스 관계자) 체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홍콩에서는 시위 지지 여부에 따른 이색 불매운동도 벌어진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 시위대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식당·병원 등 각종 상점을 시위대에 친화적이면 노란색,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되면 파란색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이 앱에 등록된 상점은 1700곳에 이른다. AP통신은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위대는 '노란' 상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친중파 고용주 해고 등을 의식해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소비를 통해 시위에 기여할 수 있게 했다"고 분석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내년 1월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시위자금 동결과 불매운동은 또 다른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이 단체가 주최한 반정부 시위는 80만명(주최 추산·경찰 추산 18만3000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는 유엔이 정한 세계 인권의 날(10일)과 지난 6월 9일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만 6개월을 맞는 것을 기념하며 열렸다.
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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