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한마디로 지각변동의 날들을 보냈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와 같은 영광의 날도 있었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등장하며 혁신성장에 대한 우려의 날도 있었다. 유료방송업계는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잠식과 함께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게임 업계 역시 '맏형' 넥슨이 매각을 시도하는 등 지각변동이 화제였다. 올해 ICT 업계를 관통한 이슈를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사진=삼성전자] |
2007년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했다. 그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의 직사각형 바(Bar) 형태를 유지하면서 성장해왔다. 크기는 커졌고 두께는 얇아졌다. 그러면서도 베젤은 줄어들어 화면은 넓어졌다. 12년이 지난 2019년, 새로운 폼팩터(제품 형태)가 등장했다. '폴더블폰'이다. 화면을 접고 펼칠 수 있는 형태의 스마트폰이 '2세대 스마트폰' 시장을 이끌 혁신 기술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 '갤럭시 폴드'로 시장 선두
그 중심에는 삼성전자가 있다. 지난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를 처음으로 소개하면서 "갤럭시 폴드는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기존 스마트폰의 한계를 뛰어넘어 프리미엄 폴더블 기기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2월 '삼성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갤럭시 폴드를 처음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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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갤럭시 폴드의 시작은 녹록치 않았다. 화면 주름 논란에 이어 화면이 꺼지거나 화면에 줄이 생기는 등 스크린 결함 현상이 나타나면서 제품 출시가 연기된 것. 애초에 삼성전자는 4월26일 미국에서 갤럭시 폴드를 처음 출시한 후 이를 기점으로 5월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15개국과 한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식 출시 사흘 전인 23일 삼성전자는 출시를 잠정 연기하고 제품 개선에 돌입한다.
단점을 보완한 갤럭시 폴드가 시장에 등장한 것은 9월이다. 반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앞서 지적된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출시 직후 사라졌다. 국내 출시 직후 이동통신사의 예약 판매 개시 10~15분만에 모든 물량이 판매 완료됐다. 239만8000원이라는 높은 출고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초기물량 완판에 이어 웃돈을 얹어 중고거래가 되는 '폰테크' 양상도 나타났다.
해외 반응도 좋았다. 갤럭시 폴드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북미와 유럽 시장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특히 갤럭시 폴드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화웨이의 본토 중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4세대 이동통신(4G) 모델을 중국에 내놨는데, 출시 직후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등 전 채널에서 제품이 매진됐다. 중국 양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징둥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갤럭시 폴드가 2초만에 완판됐다.
이어 이달 20일 한정판으로 출시한 5세대 이동통신(5G)용 갤럭시 폴드 'W20 5G'도 판매 시작 30분도 되지 않아 매진됐다. 24일 풀린 추가 물량 역시 완판됐다. W20 5G는 일반 갤럭시 폴드 가격인 1만5999위안(약 265만원)보다 4000위안 비싼 1만9999위안(약 332만원)이었다.
화웨이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 [사진=화웨이] |
화웨이 '메이트X'로 맞수
LG전자, '듀얼스크린' 외길
이에 뒤질세라 화웨이도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메이트X'를 출시해 경쟁 구도를 구축했다. 지난달 화웨이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물량이 동났다.
다만 메이트X의 경우 영하 5도 이하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제품력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중국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갤럭시 폴드에 맞서 메이트 X 역시 '완판'이라는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비교적 소량의 물량을 시작에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LG전자 V50S와 듀얼스크린. [사진=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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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홀로 '듀얼 스크린'을 선택했다. 듀얼 스크린은 스마트폰에 커버처럼 끼워서 두 개 화면으로 여러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다.
출시 초기에는 화면이 접히는 시대에 탈착식 액세서리를 선보인 것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으나, 가격적인 이점이나 사용성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LG전자는 'V50 씽큐'의 후속작인 'V50S 씽큐'를 선보이면서 듀얼 스크린 역시 업그레이드 된 버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진짜는 2020년부터
올해가 폴더블폰의 시작이었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설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폴더블 스마트폰 판매량이 올해 40만대를 시작으로 ▲2020년 320만대 ▲2021년 1080만대 ▲2022년 2740만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다 다양한 형태를 띈 폴더블폰의 등장이 이같은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당장 내년 2월 삼성전자는 클램셸(조개껍질) 형태의 차기 폴더블폰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제품이 세로축을 중심으로 책처럼 좌우로 접는 방식이었다면 신제품은 조개처럼 위아래로 접는 방식이다. 가격 역시 100만원대로 대폭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어 기존 제품보다 대중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개발자회의에서 삼성전자는 클램셸 형태의 폴더블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신제품으로 추정되는 이미지가 올라오기도 했다.
LG전자도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이동통신박람회(MWC) 2020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V60 씽큐'와 새로운 듀얼 스크린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올해 2월 열린 MWC 2019에서도 5G 스마트폰 V50 씽큐와 듀얼 스크린을 첫 공개한 바 있다.
화웨이도 MWC 2020에서 메이트X의 후속 제품인 '메이트Xs'를 공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형태는 기존 제품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얇고 가볍게 개선해 사용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의 여파로 메이트X를 중국에서만 출시했지만, 내년에는 유럽 등 해외에서도 판매에 돌입해 폴더블폰 시장 성장에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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